[포켓이슈] 인터넷에 남아있는 내 흔적..사망 후 가족에게 전달된다면

박성은 2022. 7.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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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만난 대학생 신모(26)씨는 이 질문에 "사망과 동시에 인터넷 흔적이 전부 삭제됐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인 글도 있기 때문에 가족에게 공개되는건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애플은 사용자 사망 후 지정된 사람에게 계정 접근권을 주는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구글은 2013년 휴면상태로 전환된 이후 남아있는 데이터를 가족에게 전송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휴면계정관리서비스'를 도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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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내가 죽은 뒤 인터넷에 남겨진 사진과 글 등 디지털 유산이 가족들에게 전달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만난 대학생 신모(26)씨는 이 질문에 "사망과 동시에 인터넷 흔적이 전부 삭제됐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인 글도 있기 때문에 가족에게 공개되는건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만약 반대 입장이라면 가족이 남긴 기록이다보니 간직한다는 의미에서 받아보고 싶다"는 입장을 내비쳤죠.

지난 4월 미니홈피 사이트 '싸이월드'가 3년 만에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3천2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복구됐습니다.

특히 싸이월드가 사망한 회원이 생전에 올렸던 사진과 글 등 게시물 가운데 공개 설정된 것만 유족에게 전달하는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혀 디지털 유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죠.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싸이월드제트에 따르면 관련 서비스 신청 건수는 지난달 30일까지 2천381건으로 집계됐으며 하루에 쏟아지는 신청 건수는 150건에 달합니다.

싸이월드제트는 이러한 서비스 개시 이유에 대해 "모 톱배우의 유족으로부터 디지털 데이터 이관과 관련 공식 요청을 받았다"며 "고인의 추억이 대거 남아있는 싸이월드의 사진, 동영상 그리고 다이어리에 대한 접근 권한 부여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앞서 2010년 천안함 사태 당시 숨진 해군장병의 유족 일부가 아들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 접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죠.

네이버나 카카오는 포털 계정에 대한 상속을 인정하지 않으며, 네이버는 유족이 요청할 경우 공개된 자료에 대해 백업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고인의 회원 탈퇴를 지원합니다.

국내에는 디지털 유산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유가족이더라도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는 게 프라이버시법에 위반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계정 정보나 창작물 외에 일기 등 인격적인 요소가 강한 건 상속재산으로 보기 어려워 별도로 승계 기준에 관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의 경우 디지털 유산 상속을 허용하는 조치가 속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2018년 7월 12일 부모가 숨진 딸의 페이스북 계정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최고 법원의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사망자가 생전 페이스북과 맺은 계약은 유산의 일부분이라고 판단했는데요.

2004년 이라크 파병 전사자 유족이 아들을 추억하고 싶다며 계정을 보게 해달라고 야후에 소송한 이후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요청이 있으면 이메일 내용 등을 CD나 DVD에 저장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애플은 사용자 사망 후 지정된 사람에게 계정 접근권을 주는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구글은 2013년 휴면상태로 전환된 이후 남아있는 데이터를 가족에게 전송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휴면계정관리서비스'를 도입했죠.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애플이나 구글은 망자가 생존 당시 디지털 상속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것인데 우리도 각 기업이 이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사망 후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고 싶은 사람들은 디지털 장의사를 찾기도 하는데요. 미국의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은 생전에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사망 후 의뢰자의 유언에 따라 디지털 흔적을 지워줍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유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장의사에게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데요.

프라이버시와 상속권, 여러분은 둘 중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가요?

박성은 기자 임승은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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