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 불패·용산 불패! 절대 안 떨어져요"

김노향 기자 2022. 7. 1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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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8월 전세대란 '공포설'의 실체 (3) - 전셋값 고공행진 지역 직접 가보니

[편집자주]통상적인 '전세대란'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전셋값이 오르고 세입자가 전셋집을 구하기 힘든 현상이다. 하지만 소득 대비 전셋값이 높아지며 전세대란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세의 월세화'다. 대부분이 전세금을 대출에 의존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이자마저 올라서 전세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에서조차 밀려나는 주거빈곤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2020년 7월 말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2법)이 임대료 상승을 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되는 올 8월 지난 4년치의 전세금 상승분이 한 번에 반영돼 전셋값이 폭등할 것이란 공포설이 세입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축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급매매' '급전세' 등의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김노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세입자 못 구한 빈 아파트 속출하는데 전세대란?
(2) "임대차3법 근본적 문제"라는 국토부, 새 전세대책 실효성 있나
(3) [르포] "강남 불패·용산 불패! 절대 안 떨어져요"

"전셋값이 내린다는 언론 보도는 일반 지역의 상황이에요. '강남불패' '용산불패'라는 말이 괜히 있겠어요. 이곳은 최근 5년 동안 한 번도 내린 적이 없어요. 오히려 대통령실 이전 후에 바로 앞 삼각지역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정차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돼 주민들의 프라이드가 강해졌어요. 절대 떨어질 일 없다고 제가 보장해요."(삼각지역 인근 주민)

부동산 거래시장에서 집값의 상승·하락에 따라 전셋값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약화되고 있다. 집값 고점 인식과 금리 상승 영향으로 부동산 불패를 자랑해온 서울에서도 미분양과 매매 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내집 마련 시점을 미루는 무주택자 수요가 늘면서 전세대란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실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거래 현장은 어떤 분위기일까. 지난 7월 4일 서울 부동산 2대 축으로 꼽히는 강남·용산의 신축 입주단지와 대통령실을 마주한 대단지의 거래 현장 분위기를 확인해봤다.



강남3구·마용성도 무너졌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는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2법) 시행 후 2년 동안 전셋값이 50% 이상 올라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해당 단지의 전세 실거래가는 올 4월 89㎡(이하 전용면적) 최고 21억원에 신고돼 2년 전 대비 7억원(50.0%) 폭등했다. 법적 임대료 인상률의 10배가 오른 것이다. 하지만 7월 들어선 해당 면적의 전세 실거래가가 17억8500만원으로 3억원 이상 떨어졌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10억원대임을 감안할 때 전세금만 20억~30억원 수준인 고가 아파트는 평균적인 거래 사례로 일반화하는데 무리가 있다"며 "자산이 많은 고소득 특수 직종의 경우에 세금 문제 등으로 전세를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 일반적으론 하락하는 추세가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소득 직종 기업이 밀집한 테헤란로 인근의 신축 입주단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급매물' '급전세'를 홍보하는 안내문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올 6월 입주를 시작한 '테헤란 아이파크'는 매물 광고 가운데 84㎡ 급전세 15억5000만원이 게시돼 있었다. 급전세 표시는 없지만 13억원 호가에 '보증금 조정 가능'이란 문구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면적의 전세 매물을 네이버부동산에서 확인한 결과 호가가 가장 낮은 것이 14억5000만원이었다. 포털 광고 대비 실제 거래 현장에선 1억5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호가가 형성된 것이다. 인근에 올 4월 입주한 '강남 센트럴아이파크'도 84㎡의 포털 최저 호가가 14억원이지만 중개업소 문의 결과 같은 면적 매물이 전세 13억3000만원, 월세 6억원·250만원에 나왔다.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6월 계약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전세거래는 ▲1월 1032건 ▲2월 923건 ▲3월 852건 ▲4월 788건 ▲5월 1120건 ▲6월 563건 등으로 5월을 제외하곤 줄곧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용산구 아파트 전세거래도 ▲1월 242건 ▲2월 240건 ▲3월 229건 ▲4월 233건 ▲5월 208건 ▲6월 136건 등으로 나타나 4월을 제외하곤 감소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 센트럴 아이파크' /사진=김노향 기자


대통령실 앞 '용산파크자이' 호가 수억원 뚝


2005년 입주한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용산파크자이'는 최근 대통령실 이전으로 단지 앞 집회·시위가 끊이지 않지만 주민들의 GTX 정차 요구 등으로 수혜 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이 바로 앞에 있고 길 맞은편 용산초, 대각선 방향에 대통령실이 있어 새 정부 최대 수혜 단지로 떠올랐다.

해당 단지의 가장 최근 매매 실거래가는 올 4월 162㎡ 18억원에 신고됐는데 이는 직전 거래인 지난해 7월(20억7000만원) 대비 2억7000만원 빠진 금액이다. 전세거래의 경우 올들어 단 한 건도 신고되지 않았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문의 결과 162㎡ 전세 매물 호가가 13억원에 나왔는데 포털에 게시된 134㎡와 같은 가격이다.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역세권에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 단지로 입지가 좋은 조건이어서 자가보다 세입자 비율이 높은 편인데 최근에는 매물이 많아졌다"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려서 거래하길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전세 대신 월세나 준전세 문의도 늘어나 월세 전환 시 보증금 1억원당 월세 40만원으로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용산파크자이와 붙어있는 2007년 입주 단지 '용산 대우월드마크'도 166㎡가 급전세 12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현재 포털에 등록된 133㎡ 전세 호가 13억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다 보니 가격이 한 번에 수억씩 내려간 매물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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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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