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모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선데이 머니카페]
미국·호주 연 8~9% 고수익
생애주기 TDF 상품 관심 '쑥'
중장기 투자시 연 5%대 수익률
운용사별 자산배분 전략 따져봐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마침내 12일 도입됩니다. 그간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말 그대로 연 1~2% ‘쥐꼬리’ 였습니다. 30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이 은행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연 1~2%대 낮은 수익률로 방치된 탓입니다. 지난해 말 전체 적립금 295조6000억 원 중 무려 90% 가까운 255조4000억 원이 원리금 보장형 금융상품이었습니다. 최근 5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1.96%에 불과한데 이는 작년 명목 임금상승률(4.6%)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고용노동부나 금융투자 업계가 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빈곤한 수익률을 높여보겠다는 것입니다. 이번주 선데이머니카페에서는 따뜻한 노후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상식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디폴트옵션 투자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업이 운용하는 퇴직연금 유형은 확정급여형(DB)과 근로자 개인이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적용됩니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A라는 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B상품에 투자한 뒤 만기가 다 됐을 경우 은행·증권사 등 사업자와 미리 협의해둔 상품에 적립금이 자동 투자되도록 한 것입니다.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4주간 운용 지시가 없다면 퇴직연금 사업자로부터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된다는 통지가 가며, 통지 후 2주 이내에도 운용 지시가 없다면 디폴트 옵션을 통해 정한 방법으로 적립금이 운용됩니다. 노사가 합의를 통해 디폴트 옵션 여부를 결정하고, 퇴직연금 사업자의 디폴트 옵션 금융 상품을 결정하면 됩니다.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 중에도 가입자 의사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운용 지시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노후 자금이기 때문에 안정성도 필요한 터라 고용노동부는 상품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디폴트 옵션의 상품을 심의하고 승인하는 안전판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승인 가능한 상품 유형으로는△원리금보장상품 100%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펀드(BF), △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간접자본펀드(SOC) 등 펀드상품 100% △원리금보장상품과 펀드상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 상품 등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는 12일부터 상품 신청을 받기 시작해 10월 중으로 첫 적용 가능한 상품들을 발표하면 연말부터는 상품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여러 상품 중 특히 TDF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원리금보장형은 디폴트옵션 취지에 맞지 않고 SVF와 SOC펀드는 활용가능한 펀드가 국내에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BF에 대한 상품 역시 3년이상의 성과와 시장변화에 따른 자산배분 방법이 명기돼야 하는데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 펀드 역시 많지 않습니다. TDF는 은퇴 예상 시기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주식과 채권 투자 비율을 가입자의 연령대에 맞춰 조절해주는 펀드입니다. 예컨대 직장생활 초년기에는 위험자신인 주식비중을 높여 고수익을 추구하고 나이가 들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채권 비율을 늘리는 식입니다. 수익률과 함께 안정성도 높일 수 있어 디폴트옵션 투자 대상 1순위로 꼽힙니다.
우리보다 먼저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 기대 수익률이 어느 정도 그려질 것 같습니다. 미국과 호주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8.6%, 7.7%로 우리나라보다 3배가량 높았습니다. 이 같은 차이는 가입자가 예금 등 저수익, 원금 보장형 상품 대신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 미국과 호주의 디폴트옵션 때문입니다. 실제 2006년 디폴트옵션 등을 담은 연금보호법을 제정한 미국의 경우 2019년 말 기준 적립금의 98%가 TD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1992년 일명 ‘마이슈퍼(My Super)’로 불리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호주 역시 2021년 말 기준 예금 등 원금형 상품에 투자되는 적립금은 전체의 9%에 불과합니다.
국내에 도입된 TDF도 글로벌 증시 급락에 따른 충격파로 최근 부진하지만 중장기 누적 수익률은 괜찮았습니다. 8일 기준 주요 운용사 빈티지(은퇴예상 시점) 2045 TDF의 2년 누적수익률도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한화라이프플러스(17.48%), 미래에셋자산배분(16.62%), 신한마음편한(12.50%), 한국투자신탁알아서(11.6%), 삼성한국형(7.50%) 등이 원금보장형 상품 대비 높은 누적수익률을 내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산 변동성이 걸림돌이지만 TDF의 중장기 수익률을 연 5~7% 정도로 관측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0조 원 가까이 성장한 국내 TDF시장의 44%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의 거인입니다. 대표 상품인 미래에셋전략배분TDF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점이 매력입니다. 특정 목표시점(Target Date)에 맞춰 투자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줄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 TDF 독자 운용사로 TDF 출시부터 글라이드패스를 자체 설계, 운용하고 있습니다. 글라이드 패스란 투자자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일종의 설계도로 투자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한국형TDF는 파트너사인 캐피탈그룹(Capital Group)과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맞는 글라이드패스를 공동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위탁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T.Rowe Price)가 운용하는 장기성과가 우수한 다양한 액티브(Active)펀드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티로프라이스는 8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2000조 원 규모 운용자산과 700명 이상의 전문 리서치 인력을 포함한 78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KB자산운용의 KB온국민 TDF는 장기투자와 복리효과가 중요한 연금펀드의 특성에 맞게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배분형 펀드입니다. 운용전락은 패시브(인덱스형) 펀드로 낮은 변동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경쟁 펀드 대비 넓은 글로벌 커버리지와 많은 종목에 분산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소형주를 포함하는 3900여 종목의 ‘뱅가드 토탈 스톡(Vanguard Total Stock) ETF’와 미국 외 주식도 중소형주 포함 7500여 종목의 '뱅가드 토탈 인터내셔널 스톡(Vanguard Total International stock) ETF' 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업계 최저 수준의 펀드보수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회사는 6일 해당 TDF의 운용보수를 10%씩 내린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인하 후 총 보수는 연 0.36~0.61%수준입니다.
신한마음편한TDF는 자사 상품 위주가 아닌 전세계 우수한 투자대상에 선별하여 투자하고, 적극적 분산투자를 하면서도 시장상황에 맞는 시장 대응과 차별화된 환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화자산운용의 라이프플러스TDF는 제이피모간(JPM)과 협업해 글라이드패스를 제작했습니다.리스크 대비 성과(단위 변동성 당 수익률)에서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2045빈티지의 3년 리스크 대비 성과는 3위(1.74%)이며, 2040 빈티지 리스크 대비 성과는 3년 2위(1.80%) 2년 1위(1.80%)로 확인됐습니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TDF 선택은 믿을 수 있는 대형운용사가 운용을 해야 하며 인덱스 운용전략과 같이 상품의 이해가 쉽고 편해야 한다”며 “적은 비용이 큰 장기복리수익률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낮은 변동성을 통한 위험관리를 통해 복리효과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는 TDF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각 운용사들은 디폴트옵션 도입을 맞아 TDF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매매 편의성은 높이고 투자 비용은 낮춘 TDF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했습니다. 삼성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은 ETF 형태의 TDF를 6월 30일 동시 상장했습니다. 3개 운용사의 상품 모두 기초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형으로 포트폴리오를 ETF로 구성해 간접적으로 위험·안전자산 비중을 조정합니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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