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남은 신동익 부회장의 호텔농심, 9월 말 법인 청산할 듯
지난 4월부터 객실·위탁 급식 사업 양도.. 법인만 남아
농심 관계자 "청산 위해서라도 상환해야"
영업 양도로 내부 거래 비중 낮춰질 것으로 보여
호텔농심, 지난해 매출 270억 가운데 45%가 농심 계열사
한때 농심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꼽혔던 호텔농심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농심(004370)으로 객실 사업부를 양도하기로 결정, 청산 절차의 발목을 잡았던 차입금을 해결하기로 하면서다. 이르면 9월 말 차입금 상환을 끝으로 청산에 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텔농심은 농심으로 객실 사업부를 양도하고, 대주주 메가마트로부터 운영자금 등을 위해 빌려온 차입금 10억원을 상환하기로 했다. 상환 예정일은 내달 29일로 정했다.
민법상 법인 청산을 위해서는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 호텔농심 측이 청산 시점을 9월 말쯤으로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농심 관계자는 “차입금 상환 후 바로 청산을 진행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상환이 청산 절차를 위한 핵심 절차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호텔농심은 동래관광호텔이 전신이다. 농심은 1985년 동래관광호텔을 인수해 2002년 242실 규모의 특급호텔로 신축했다.
현재는 농심 계열사 메가마트가 호텔농심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메가마트 대주주는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명예회장의 삼남 신동익 부회장이다.
2016년에는 국제기준 5성급 호텔 등급을 획득하고 2003년 급식 사업에 진출하는 등 알짜 계열사로도 꼽혔지만, 실적 악화에 시달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호텔농심은 2020년 44억원 영업손실을 내고 지난해 재차 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농심그룹은 올해 초 이미 호텔농심의 청산을 예정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부터 주요 사업을 양도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위탁급식 사업은 지난달 1일 브라운에프앤비에 양도됐다. 회사 측은 호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목적이며 핵심사업 집중에 따라 경영효율성 증대를 예상한다고 했다. 양도가액은 94억원으로 공시됐다.
농심은 내부에 호텔 사업부를 꾸려 호텔 사업을 지속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엔데믹 등으로 시장이 호전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농심은 호텔 사업을 직접 영위함으로써 내부 거래 비중을 일부 낮출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그룹은 올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직접 적용받게 됐는데, 계열사인 호텔농심의 영업 양도로 규제에 대한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와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의 내부거래를 막고 있다.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을 넘거나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다.
호텔농심의 지난해 매출 269억원 가운데 약 45.5%인 122억원 가량이 농심 계열사 16곳과의 거래로 발생했다. 직전년도에는 매출 310억원 가운데 40%인 125억원 가량이 농심 계열사와의 거래로 발생했다.
한편 이번 호텔농심 청산으로 신동익 부회장의 사업은 쪼그라들게 됐다. 자신이 사내이사로 관여하는 사업 가운데 4번째로 매출 규모가 큰 사업을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비롯해 8개의 농심 계열사(엔디에스·호텔농심·뉴테라넥스·언양농림개발·농심캐피탈·이스턴웰스·MegaMart Inc.)에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로는 메가마트가 5084억으로 가장 크고 농심캐피탈(459억), 이스턴웰스(393억), 호텔농심(269억) 등이 뒤를 이었다.
메가마트는 지난해 1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스턴웰스도 24억의 영업손실을 봤다. 농심캐피탈은 1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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