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못 구한 빈 아파트 속출하는데 전세대란?
[편집자주]통상적인 '전세대란'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전셋값이 오르고 세입자가 전셋집을 구하기 힘든 현상이다. 하지만 소득 대비 전셋값이 높아지며 전세대란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세의 월세화'다. 대부분이 전세금을 대출에 의존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이자마저 올라서 전세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에서조차 밀려나는 주거빈곤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2020년 7월 말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2법)이 임대료 상승을 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되는 올 8월 지난 4년치의 전세금 상승분이 한 번에 반영돼 전셋값이 폭등할 것이란 공포설이 세입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기사 게재 순서
(1) 세입자 못 구한 빈 아파트 속출하는데 전세대란?
(2) "임대차3법 근본적 문제"라는 국토부, 새 전세대책 실효성 있나
(3) [르포] "강남 불패·용산 불패! 절대 안 떨어져요"
#. 2018년 말 입주한 9510가구 규모의 대단지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당시 대량 입주에 따른 공급과잉 이슈가 불거져 84㎡(이하 전용면적) 전세 실거래 신고가는 5억8000만~6억7000만원이었다. 임대차계약 만기 시점이 도래한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저금리가 지속되며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그해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2법) 국회 통과로 임대료 규제가 시행되면서 전셋값 안정 효과가 있었다. 2020년 말 헬리오시티 84㎡ 전세 실거래가는 6억900만~6억3000만원 선으로 입주 당시보다 오히려 낮은 금액에 거래되기도 했다. 신규 계약인 경우 신고된 전세가격 최고액이 12억1000만원(11층)을 기록했다. 다시 약 2년이 지난 현재 같은 면적 전세 실거래가는 8억4000만~12억원 선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안정세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전셋값 안정의 가장 큰 요인으론 2020년 7월 정부의 임대차2법 시행이 꼽힌다. 임대차기간이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되고 재계약 시 임대료 상승률 5% 제한이 적용, 전셋값 안정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오는 8월 임대차2법의 임대료 규제 유효기간이 끝나면 그동안 올리지 못한 전세 시세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영, 전셋값 폭등을 감당해야 할 것이란 이른바 '전세대란' 공포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진정과 본격적인 금리상승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나면서 전세대란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오히려 높아진 전세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월세로 전환하는 무주택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전세대란이 아닌 '월세대란'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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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들어 전세 수급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6월 마지막 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3으로 2주 연속 하락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이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6월 서울 아파트 전세 전망 지수는 전월(100.7)보다 7.3포인트 떨어진 93.4에 머물렀다. 그만큼 전세보증금 하락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 전세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거래 현장에서 전세 안정화 현상도 확인되고 있다. 6000가구가 넘는 서울 송파구 A아파트의 경우 84㎡ 전세가 최근 11억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현재 8억6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한 달 후 기존 임대차계약의 만기가 돌아오지만 같은 전세금으로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전세금을 2억원 이상 내린 것이다.
박원갑 KB부동산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통상 계약만료 2~3개월 전 새 전세를 구하러 다니는데 현재 수요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전셋값이 너무 오른 상태여서 전세대란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공급이 줄어 불안 요인이 있지만 인천, 대구, 부산 등은 공급이 많은 만큼 전국적인 전세불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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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화는 이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최근엔 금리 인상 이슈로 세입자들이 더이상 월세를 기피하지 않게 됐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하반기에 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전세가 상승분에 대한 부담이 커 월세나 준전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월별 서울 전세거래 건수(계약일 기준)는 ▲1월 1만1439건 ▲2월 1만2147건 ▲3월 1만1383건 ▲4월 1만248건 ▲5월 9696건 ▲6월 6824건 등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월세 거래 건수는 ▲1월 279건 ▲2월 281건 ▲3월 273건 ▲4월 311건 ▲5월 247건 ▲6월 135건 등이다. 전세 대비 월세 비율은 ▲1월 2.4% ▲2월 2.3% ▲3월 2.4% ▲4월 3.0% ▲5월 2.5% ▲6월 2.0% 등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학기 전인 3월 이전에 이사가 많아 거래량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한 4월에 월세 비율이 높아진 것은 이자 비용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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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서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지는 역전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99~5.01%까지 올랐다. 1억2000만원을 보유한 A씨가 6억원짜리 전세의 80%를 대출받는다고 가정할 때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최대 200만원을 넘는다. 만약 해당 전세거래를 전·월세전환율 2.5%, 보증금 1억2000만원 월세 거래로 전환 시 내야 하는 월세는 100만원으로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입자로서 전세대출 이자를 부담하기보다 월세를 내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 됐다"면서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런 선택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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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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