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과 오리가 돌아왔다..'공장 방류수'의 화려한 변신
공장 방류수, 과거 '오·폐수' 오명 벗고 인근 생태계 다양성 도움
(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과거 오·폐수로 여겨졌던 전자기업들의 공장 방류수가 주변 지역의 생태 다양성을 돋구는 ‘신의 한 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부쩍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기업들이 각종 최신 공법과 기술을 적용한 물 정화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한 영향이다.
기업들이 제조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품의 공정 난도나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용수 사용량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인 양의 물을 정화하는 과정은 ‘마지막 공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기흥캠퍼스) 인근에 있는 오산천에는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서식 중이다. 수달은 2020년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삼성전자는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을 맞이해 오산천 수달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ESG 홍보 캐릭터로 수달을 본뜬 인형 ‘달수’를 제작하기도 했다.
오산천에 수달이 정착한 데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방류수가 크게 기여했다. 오산천은 경기 용인부터 평택까지 흐르는 약 15㎞ 길이의 국가하천이다. 과거 부족한 수량으로 야생동물이 서식하기 힘들었지만, 삼성전자가 지역사회, 환경단체와 협업해 매일 반도체 공장에서 쓴 물 5만톤(t)을 방류하며 이같은 현상이 개선됐다.
수달이 나타나기까지 수질 개선 노력도 뒷받침됐다. 방류수 정화를 맡는 화성·기흥사업장 그린동에서는 Δ무기 1차 처리 Δ유기 처리 Δ무기 2차 처리 등 3단계 정화를 거친다. 이 과정은 24시간 상황실에서 모니터링한다. 각 단계에서 이상 수치가 발생할 경우 방류는 문제 해결 전까지 무기한 중단된다. 처리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알칼리 폐수의 과산화수소를 '과수 제거제'로 처리하던 것을 '활성탄'을 이용해 필터링하는 등 친환경 공법도 적용했다.
그 결과 과거 5.2로 3급수 수준이었던 기흥사업장 방류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007년 3.2, 2019년 1.4(2급수)까지 올라갔다. 강물 오염원 기준에서 BOD가 낮을수록 수질이 좋다는 뜻이다.
삼성의 디스플레이·부품 계열사들도 물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인근에 있는 원천리천에는 최근 10마리가 넘는 ‘오리가족’이 등장했다. 사업장에서 방류하는 물의 양이 연간 100만톤까지 늘어나며 어류 생태계가 풍부해졌고, 자연스럽게 오리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수원사업장에서 방류하는 물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가 섞인 물이다. 삼성전기는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오수를 3단계에 걸쳐 정화하고, 오염물질 농도를 법에서 정한 기준 대비 30% 이내 자체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급수 수질인 방류수가 3급수인 원천리천과 만나 하천의 오염물질 농도도 18%가량 감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못이나 호수에 사는 '물벼룩'을 수질 테스트에 도입했다.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3단계에 걸쳐 정화한 뒤 방류 직전 물벼룩을 통해 생태 독성 정도를 측정한다. 독성에 매우 민감한 물벼룩의 특성을 척도로 삼은 친환경 정화 방식이다.
전자업계가 특히 물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양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23개 사업장에서 회사의 취수량은 1억6366만톤, 방류량은 13만955톤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공정에 용수 사용량이 많은 전자업계 특성상 최적화된 물 관리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ESG 차원뿐 아니라 수자원 사용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we122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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