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물가잡기 2라운드..'장바구니 물가' 얼마나 싸질까

수입산 가격 '또' 낮춘다..정부, 할당관세 품목 늘려
FTA 체결 영향에 이미 무관세..가격인상 압박도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정부가 고(高)물가를 잡기 위해 다시 칼을 빼 들었다.

앞선 정부가 내놓은 '할당관세' 카드가 수입산 돼지고기에 국한됐다면, 이번에는 소고기·닭고기 등 7개의 주요 먹거리 제품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최저가 정책'으로 물가 방어에 나선 유통업계도 다시 한번 고삐를 죄고 있다.

◇수입산 소·닭 관세 0%…대형마트, 할인 품목 확대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는 정부의 비상경제민생안정대책에 따라 할당관세 0%가 적용되는 품목에 대한 할인 행사를 준비 중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분유, 커피 원두, 주정원료, 대파 등 7개 품목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겠다는 결정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필요한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이르면 이달 19일 국무회의를 거쳐 20일부터 무관세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도 정부 지침에 맞게 행사 품목과 추가 할인율 조정 등 물가 정책을 정비한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 물품에 대해 물량을 한정해 일정 기간 관세율을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로, 관세가 낮아지는 만큼 수입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정부가 7월부터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 돼지고기 5만 톤에 대해 0% 할당관세를 적용하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수입산 돼지고기 할인 행사가 잇따라 기획됐다.

김치, 장류, 커피 등에도 부가가치세 면제 조치가 시행됐다. 이에 대형마트 3사는 정부의 한시적 부가가치세 면제 정책 대상 상품에 대해 가격을 10% 인하하고 나섰다.

여기에 e커머스 업체까지 합세해 각자의 업력을 활용, '최저가 경쟁'에 동참하고 나섰다. 여느 때보다 퍽퍽해진 주머니 사정으로 '10원'이 아쉬운 서민들에게 힘을 싣는 분위기다.

물가 정책 이후 서민들의 밥상도 달라지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수입산 돼지고기'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이후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산 돼지고기'를 꺼렸던 고객들의 인식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확실히 바뀌었다"라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다를 게 없다는 걸 아는 손님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나다산 돼지고기를 다시 찾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FTA로 이미 '관세율 0%'…가격인상 압박도

정부가 할당관세를 적용한 수입산 제품이 실제 소비자가 주로 찾는 식자재와 거리가 먼 경우도 있어 품목별 효과는 상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수입산 소고기의 경우 할당관세 효과를 제일 많이 볼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은 10.7%, 호주산은 16%, 뉴질랜드·캐나다산은 18.7%다. 운송·저장 등 유통비용이 5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할당관세를 통해 5~8% 수준의 소매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다.

다만 미국산 커피와 유럽산 분유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이미 무관세로 수입되는 물량이 상당해 정부 기대만큼 큰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 면제 혜택을 받는 주요 수입산 식재료들이 판매되지 않거나, 시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경우도 있다.

주요 유통·제조업체에서 판매하는 생닭, 파 등 식자재의 경우 100% 국내산을 판매 중이며,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했던 주요 치킨업체의 경우에도 수년 사이 국내산으로 바뀌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FTA가 체결된 쪽은 이미 할당관세가 0%인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체감 물가 잡기에 나선 모양이지만, 결론적으로 가격 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내다봤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