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잘 나간다더니..긴 줄 본부대기에 실직자까지 등장
부처 통합 이후 고질적 오버 티오 사달..위원회 구조조정도 변수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경제 분야 수석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고질적인 고위 공무원 오버 티오(Over TO·정원 초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직을 받지 못한 본부 대기 국장이 넘치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외부로 파견 나간 국장급 공무원 5명 안팎이 실직자로 전락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 출신들이 대거 주요 보직에 임명돼 '기재부 편중 인사'라는 지적까지 나왔지만, 기재부에 남아 있는 중간 간부들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1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재부 국장급 공무원 약 5명이 현재 실직 상태로 대기 중이다.
올해 봄에 짧은 시간을 두고 대선과 지방선거가 이뤄지면서 외부로 파견 나간 고위공무원들이 말 그대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예산과 세제를 비롯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대외적으로 비치는 힘센 이미지와 달리 고질적인 인사 적체로 유명하다.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정원이 크게 줄었지만, 과거 두 부처 출신의 현원은 유지되면서 국·과장 보직을 타 부처보다 늦게 받는다. 이 과정에서 경쟁도 치열하다.
이 때문에 국·실 단위의 총괄과장을 마치면 외부 위원회나 지자체, 해외보직 등을 전전하는 방식으로 5년 안팎을 견뎌야 한다. 국장급 보직을 받을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이른바 '인공위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종종 활용되는 통로가 지방자치단체 경제부지사다. 중앙부처 공무원으로선 사표를 쓰고 나가지만 국장급 보직을 받을 때쯤 기재부에서 재임용이란 형태로 다시 기용한다.
이번 지자체장 선거에서 기존 도지사들이 상당수 낙선하면서 파견 나간 기재부 인사들은 줄줄이 실업자가 돼 버렸다. 조인철 전 광주 문화경제부시장과 김명중 전 강원 경제부지사가 이런 사례다. 성일홍 충북 경제부지사 역시 후임자가 오는 대로 같은 처지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기재부에서 과장을 마치고 국장급 보직을 받기에 앞서 지자체로 나간 인사들이다. 중앙부처 공무원으로서 사표를 썼는데 친정인 기재부가 이들을 받아줄 여건이 되지 않다 보니 쉽게 말해 공중에 뜬 상태다.
지방 별정직 공무원 인사 규정에서는 부단체장을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용한 경우 임용 당시 단체장이 임기 만료로 퇴직할 때 함께 면직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장이 낙선하면 중앙부처 공무원으로서 돌아가 본부 대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직자가 되는 것이다.
본부 대기는 공무원으로서 신분을 유지하면서 기본급을 받지만, 이 경우는 그냥 실직자로 급여가 없다.
직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파견을 갔던 국장급 수석전문위원 2명도 같은 신세다. 해당 티오는 현 여당인 국민의힘으로 가버렸으므로 형식상으로는 사표를 내고 민주당에서 근무했던 이들 2명은 현재 실직자 신분이다.
친정인 기재부에서 이들을 공무원으로 재임용할 수 있는 길이 있지만, 기재부 역시 고위공무원 본부 대기만 10명이 넘는 고질적인 인사 적체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보직국장을 행정고시 38∼39회로 내리기 위해 36∼37회 보직자를 외부로 보내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번엔 윤석열 정부의 위원회 구조조정이라는 장벽에 막혀 인사가 꼬이는 양상이다.
즉 36∼37회 고참급 국장들을 외부로 보내려 하는데 외부 자리가 없어져 이들을 내보내기 어려워지니 본부 대기 줄이 빠지지 않고 외부에 있는 사람이 들어오는 길도 막혀버리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기재부가 외부 고위직을 많이 맡으면서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급여를 아예 받지 못하는 실업자가 나오고 국장 보직을 아예 받지 못하고 외부로 밀려나는 등 실제로 물밑에선 흉흉한 상황이 많다"면서 "특히 외부 파견을 마친 후 본부 대기가 아닌 실직 상태가 되는 상황은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 정부의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윤태식 관세청장, 이종욱 조달청장, 한훈 통계청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차관,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이 기재부(옛 재무부 포함) 출신들이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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