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稅부담 줄이고, 금융 취약층 대출 손질.. 서민 숨통 트일까
"사실상 증세 효과" 비판 일어
기재부, 과표·세율 조정 검토
15년만에 소득세 개편 검토
과세자 세부담 7년새 68% 늘어
근로자 중 면세자 700만명 넘어
물가상승률 반영해 과표 세분화
하위 과표구간 유지나 하향 추진
면세자 더 늘지 않게 조정할 듯
정부, 다각도 경감대책 마련
자영업자 대출액 2년새 40% ↑
소상공인 대환대출 1조원 확대
고금리 주담대 전환 40조 지원
1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행 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은 8단계 과세표준 구간을 두고 6∼45%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2008년부터 적용한 4단계 세율 체계(△1200만원 이하 8% △4600만원 이하 17% △8800만원 이하 26% △8800만원 초과 35%)의 기본 틀을 사실상 15년째 유지 중이다. 3단계 구간의 세율을 소폭 하향 조정(24%)하고, 높은 세율의 과표(1억5000만원·3억원·5억원·10억원)를 추가하는 등 약간의 조정만 거쳤다. 서민·중산층이 다수 분포한 1200만원 이하(세율 6%), 4600만원 이하 구간(〃 15%), 8800만원 이하 구간(〃 24%)은 2010년 이후 과표구간과 세율이 그대로인 실정이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007년과 비교해 31.4%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대외변수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소득이 늘지 않았으나 명목소득은 증가함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개편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서민·중산층 지원 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소득세 전반적인 과세체계 개편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기재부에 근로소득세 개편 등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 개선 건의서’를 제출했다. 경총은 현행 근로소득세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득세 과표구간 상향 조정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경총의 지적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현재 37%나 되는 면세자를 더 늘리는 부분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정부는 과표 하위 구간을 세부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의 소득세 체계에서 과표를 일괄적으로 올리기만 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소득세 개편과 관련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소득세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윤석열정부의 세법 개정 방향을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가 15년 만에 소득세제 개편에 나선 것은 ‘서민 월급쟁이’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2010년 이후 저세율 과표 구간(1200만∼8800만원)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물가와 임금 상승 등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가가 오르는데도 세금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나타난 ‘사실상 증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개편을 검토 중이다.
1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달 말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중·저소득층 과표 구간 조정을 포함한 소득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변함이 없지만,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돼 결과적으로 증세가 되는 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질소득이 줄었는데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는 “실질소득에 변화가 없는 납세자의 경우 물가상승에 따른 명목소득 증가와 소득구간의 자동적 상승으로 세율이 증가한다”며 “담세 능력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증가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과세 대상자 1인당 세 부담은 2013년 201만6000원에서 2019년 339만3000원으로 68.3% 상승했고, 실효세율은 4.5%에서 5.8%로 높아졌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사람만 더 많이 내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소득세 면세자를 지금보다 더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하위 과표구간을 현행(1200만원)대로 유지하되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안과 지금보다 낮은 하위 과표구간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하위 과표 구간을 새로 설치해 종전까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던 근로자들이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게 되면 조세저항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리 상승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취약차주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가 대대적인 대출구조 손질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상환유예 및 채무 재조정, 낮은 금리 대출로의 전환 등을 검토 중이다.
10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 비중은 올해 3월 말 현재 전체 차주의 6.3%로, 지난해 말보다 0.3%포인트 늘었다.
취약차주가 보유한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월 말 현재 5.0%였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3월 말 960조7000억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년3개월 새 40.3% 급증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각도의 금융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빚을 갚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운 차주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새출발기금(가칭)을 통해 대출채권을 금융사로부터 넘겨받은 뒤 채무 조정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금 지원을 받는 차주들은 최대 1∼3년간 부채 상환을 유예받고, 최장 20년간 원리금을 분할 상환할 수 있다. 기금 지원을 받는 차주는 고금리 대출을 중신용자 수준의 대출금리로 조정받고, 신용채무에 대해선 60∼90% 수준의 원금 감면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2금융권 등에서 연 7%가 넘는 고금리로 돈을 빌린 소상공인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지원을 통해 7% 이하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 중에서도 자영업자와 소규모 업체가 신청할 수 있고, 전환할 수 있는 한도는 5000만원 가량이다. 9월 하순이나 10월 중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환대출 지원 규모를 7조5000억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늘렸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의 부담 완화에 금융권 동참도 적극 호소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취약부문 금융애로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금융지주 부사장들에게 정부의 민생금융사업 및 취약층 금융애로 해소 방안을 설명하고 금융사에 적극 협조를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0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취약차주에 대해 저금리대출 전환이나 금리 조정 폭·속도 완화 등을 요청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강진·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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