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행? 조기전대? 선장 부재 국민의힘號 키는 누구 손에
이 대표 거취 공개적 언급 촉각
차기당권주자들 세불리기 주력
조해진 "李 징계, 최고위 의결해야"
권성동 직무대행체제 속 혼란 극심
당권주자 權·김기현·안철수 등 물망
李 자진사퇴 않을시 조기전대 희박
權, 원톱으로 우뚝.. 유리한 고지에
金, 조기전대 선호.. 당정상화 압박
의원 모임 열며 세 확장 나선 金·安
'윤핵관' 장제원도 활동 재개 '눈길'
李, 측근들과 대책 논의하며 '잠행'
윤리위에 재심 청구·법적대응 전망
지지 당원 폭증 땐 전대 영향 행사
洪 "누명 벗기 사법 절차 집중하라"
이 대표는 윤리위의 징계 결정이 내려진 지 사흘째인 10일까지 별다른 공개 활동 없이 최측근 인사, 변호인 등과 함께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이 대표와 그 측근들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11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엔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하고 사태 수습에 나선 상황에서 이 대표가 최고위에 등장할 경우 자칫 당내 비판 여론이 더 커지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1일 초선·재선·중진 등 선수별로 각각 모임을 갖고 오후엔 의총에서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 자진사퇴’ 목소리가 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선수별 의원 모임이나 의총에서 이 대표의 거취에 관한 언급이 공개적으로 제기될지가 관심사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징계 결정이 나온 지난 8일 라디오에서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사퇴론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여권 원외 원로들을 중심으로 자진사퇴 요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불 꺼진 당대표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대표실 불이 꺼져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집권 여당 대표 중징계’라는 미증유의 소용돌이에서 국민의힘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리더십 공백기에 접어든 지 사흘째인 10일, 당 안팎에선 사태 수습 방안을 놓고 여러 의견이 쏟아져 나오는 등 극심한 혼란상이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사무처의 해석을 근거로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선포했지만,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대표를 선출해야 온전한 의미의 사태 수습이 가능해진다는 목소리도 꾸준하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은 여러 경우의 수에 따른 유불리 계산이 한창이다.
◆직무대행 체제냐 조기 전당대회냐
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이들은 권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직전 원내대표인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다. 원외 인사 중엔 나경원 전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일단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하거나 탄핵당하지 않는다면 조기 전대가 열릴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이 대표가 내년 초 당대표직에 복귀해 내년 6월까지인 임기를 채운다면 권 원내대표가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6개월간 당의 ‘원톱’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원내대표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인 점도 시점상 딱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다만 직무대행 체제를 둘러싼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은 변수다. 당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리위(윤리위원회), 공심위(공천심사위원회) 등 당내 기구의 의사가 그 기관의 의사를 넘어 당의 의사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며 윤리위의 의결·통보를 징계 발표 시점으로 보는 해석을 반박했다.
일찌감치 당대표 도전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 의원 입장에선 전대가 빨리 열리면 열릴수록 좋다. ‘대선 승리를 이끈 원내대표’라는 ‘약발’이 다하기 전에 선거를 치러야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자진 사퇴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역설하는 한편, “지금 민심은 당을 빨리 정상화시켜 ‘일 좀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는 말로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우회 비판을 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합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안 의원의 경우 ‘구원’이 있는 이 대표가 임기를 채우는 데엔 부정적이지만, 이른 시일 내에 전대가 열리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김, 안 의원은 나란히 이번 주 중 의원 모임을 여는 등 ‘세 불리기’에 나선다. 안 의원은 오는 12일 국회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와 우리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첫 번째 토론 모임을 열 계획이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 의원은 인수위에서 만든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대해 관료와 전문가 등을 초청해 토론하고 입법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튿날인 13일에는 김 의원이 띄운 의원 공부 모임인 ‘혁신24 새로운 미래’가 두 번째 모임을 갖는다.
안 의원과 ‘전략적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 역시 코로나19로 약 2년7개월간 중단됐던 자신의 지역조직 ‘여원산악회’ 모임을 지난 9일 재개해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차기 주자군인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일단 윤리위 결정을 존중해주는 것이 본인의 미래를 지키는 길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버티는 李, 반격 카드 꺼낼까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이준석 대표가 잠행에 들어갔다.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는 윤리위의 징계 처분 직후 일부 측근과 방안을 논의하며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지지 세력이 빈약한 이 대표가 윤리위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반격 카드를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외부 연락을 자제하며 향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징계 처분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원 모집 글을 올린 이후 침묵하고 있다. 그는 전날엔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주제곡인 ‘바람의 빛깔’(Color of the Wind) 유튜브 링크를 공유했다. 이 노래 가사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윤리위가 당대표에게 내린 중징계 결정을 번복할 마땅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많다.
이 대표가 변호사 조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자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당 차원에서 내린 징계 처분에 법원이 제동을 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각하 처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 입장에선 당내 결정을 법원으로 끌고 갔다가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당 안팎 인사들도 이 대표와 비공개 면담에서 윤리위 결정에 불복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처분과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에게 “업보라고 생각하라”며 “바른미래당 시절 대선배인 손학규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그 얼마나 모진 말씀들을 쏟아냈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시고 누명(을) 벗기 위한 사법적 절차에만 집중하라”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대구 수성구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지금 윤리위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은 조폭과 같다”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그는 “이 사람들이 정말 정치 보복이다. 또 토사구팽이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분간 언론 인터뷰 등 여론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이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갈수록 코너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이 대폭 늘어난다면 향후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김주영·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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