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이나 아파트에서 사고 나면 100% 차 잘못".. 운전자들 뿔났다

이경탁 기자 2022. 7. 11.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일부터 아파트 단지 내 보행자 사고 차량 과실 100%
일부 운전자들 "보험빵 기승부릴 것" 우려
민식이법 반발 여론도 커지며 법 개정 움직임
갑자기 뛰어오는 사람을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운전하는 게 죄인가요?
일러스트=손민균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아파트단지 등 도로가 아닌 곳에서 보행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량 과실이 100%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손보협회)가 오는 12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 내용을 반영한 새로운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만들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도로 외 보행자 보호 의무가 추가됐다.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 주차장, 대학교 구내도로 등 도로 외의 곳을 통행하는 운전자에게도 보행자 보호 의무가 부과된 것이다.

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뉴스1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것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2916명으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는 반면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34.9%로 높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손보협회는 개정안에 따라 도로 외의 곳 말고도 중앙선이 없는 보도, 차도 미분리 도로(이면도로 등) 또는 보행자 우선도로 사고 시 차량 과실을 100%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아파트 단지 등에서 보행자가 횡단하는 중 직진차량과 충돌하는 경우 보행자와 차량이 비율이 10:90이었다. 보행자가 횡단 중 후진 차량과 충돌하는 경우도 과실 비율이 10:90이었는데 이제는 차량 과실을 100%로 적용한다.

이에 일부 운전자들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과 합의금을 타내는 일명 ‘보험빵’이 기승할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에서 발생한 보험사기 사건. 길을 가던 행인이 주차단속 차량에 갑자기 몸을 갖다 대고 있다.

한 운전자는 “동네 아파트 주차장이 이중 주차라 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곳에 사람들이 끼어들어 온다”며 “지나가다 미러라도 팔에 스치면 이제 뺑소니로 신고 당하겠다”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운전자도 “지난주에 아파트 단지 안에서 킥보드 타던 아이가 차 앞으로 갑자기 튀어나와 아이 아빠가 사과했다”며 “근데 그렇게 사고가 났으면 이제 모두 운전자의 책임이냐”라면서 변경된 기준에 의문을 표했다.

손보협회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사고에 대한 기본과실 비율이 100%로 조정된 것이고, 과실 비율에 대한 기준은 수백 가지로 사항에 따라서 플러스, 마이너스 되는 가감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행자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유발하는 건 보험사기로 처리할 문제로 이번 과실 비율 개정과는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이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라며 도로에 눕고 운전자를 약올리 듯 춤추는 모습./유튜브 '한문철TV'

운전자들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가운데, 학교가 문을 닫는 주말이나 심야 시간에도 예외 없이 단속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일명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들이 자주 올라오면서 민식이법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민식이법 놀이란 아이들이 스쿨존에서 운전하는 차 앞에 갑자기 뛰어드는 행위를 비꼰 표현이다.

교통사고 전문가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세 명의 초등생이 도로 한가운데에 드러누웠다가 차가 다가오자 일어나 춤을 추며 운전자 약을 올리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5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식이법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컸다. 간선도로 내 어린이 보호구역의 심야시간대 제한속도를 기존 시속 30km에서 시속 40~50km로 완화하자는 의견에 80.8%가 동의했다.

이에 국회 등 정치권에서는 민식이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민식이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린이가 다니지 않는 심야 시간대에는 제한 속도를 기존 시속 30km에서 시속 40km 또는 50km로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민식이법에 대한 사후 입법영향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