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보검 '직권남용죄'..결국 文정부 겨눴다

이배운 2022. 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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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과거 적폐청산 정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직권남용죄'가 결국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을 겨누는 역설적인 상황이 재현되고있다.

직권남용죄가 정치적 보복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올바른 직권 행사에 대한 변화된 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권남용죄는 지난 수십 년간 적용된 사례가 드물어 사실상 사문화돼 있었다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정국에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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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백운규·임종석 등 文정권 핵심 줄줄이 피고발
사실상 사문화된 직권남용죄 '적폐청산' 정국에서 부활
직권·남용 기준 모호..법조계 "정치 보복 악용 예견돼"
"직권남용 관점 자리잡는 단계..사안별로 적정성 따져야"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적폐청산 정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직권남용죄’가 결국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을 겨누는 역설적인 상황이 재현되고있다. 직권남용죄가 정치적 보복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올바른 직권 행사에 대한 변화된 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유족 측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박지원·서욱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권 주요 인사들이 여러 사건에 걸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일례로 국가정보원은 지난 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관련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고인의 유족 측은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또 국민의힘은 지난 4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 전 대통령 비서실장,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불법 행위를 묵살 했다며 검찰에 직권남용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밖에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청와대 기획사정 등 전 정권 권력형비리 핵심 관계자 대부분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고, 의혹의 최고 ‘윗선’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직권남용죄는 지난 수십 년간 적용된 사례가 드물어 사실상 사문화돼 있었다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정국에서 부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주요 인사들에게 빠짐없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고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직권남용죄 고소·고발이 본격화됐다.

문제는 법이 명시하는 ‘직권’과 ‘남용’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권의 사정 칼날에 야권이 “정치적 보복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주된 근거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로스쿨 교수는 “남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객관적이지 못해 정치적 해석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대방 비리를 들추거나 보복에 악용되는 것은 예견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16년 열린 직권남용죄 헌법소원 사건에서 “규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정치 보복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만 직권남용죄 고발을 무조건 정치적 보복행위로 치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적폐청산 당시에는 직권남용죄에 대한 명확한 잣대와 참고할 전례가 거의 없어 논란이 적지 않았다”며 “이제는 직권남용죄에 대한 관점이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승 연구위원은 이어 “특히 박지원 전 원장 관련 혐의가 사실이라면 자신의 직을 이용해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중대한 범죄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같은 직권남용죄라고 해도 사안별로 적정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과거에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에 관대하고 무감각했지만, 적폐청산 과정에서 본격적인 문제제기로 국민적 인식이 변했고 실제 처벌 사례도 나타났다”며 “이제 와서 법이 잘못됐다고 무를 수도 없다. 판례가 누적되다보면 그만큼 합리적인 기준도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배운 (edu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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