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주식·암호화폐 투자 실패해도 빚을 탕감해준다?
"차라리 더 잃어서 개인회생을 받겠다"..도덕적 해이 유발 논란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가상화폐나 주식투자 실패로 돈을 날린 채무자도 개인 회생을 통해 면책받기 쉽도록 하겠다'며 이달부터 적용한 준칙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법원이 '빚투'(빚내서 투기)와 '먹튀'(먹고 튀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서울회생법원은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손실을 본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신청을 하면 변제금의 총액을 정함에 있어 그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를 원칙적으로 고려하지 않되, 예외적으로 채무자가 투자 실패를 가장하여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숨긴 재산을 고려한다"는 내용의 실무준칙을 제정했습니다.
개인회생제도란 채무자가 당장은 빚을 못 갚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있다면, 3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매달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해주는 제도입니다. 법원이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갚을 금액은 채무자의 자산과 소득을 고려해 정합니다. 개인회생 신청을 하려면 가진 재산보다 빚이 많아야 합니다.
예컨대 보증금 5000만원짜리 전세에 사는 A씨가 1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8000만원을 잃은 경우, 그동안 서울회생법원은 재산은 1억5000만원(주식 투자금+보금증)이라고 판단, 빚(1억원)보다 재산이 많은 상황으로 회생 대상이 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서울회생법원이 재산을 평가할 때 주식이나 가상화폐 손실분을 빼주기로 하면서 A씨의 재산은 1억5000만원이 아니라 7000만원(남은 주식가치+보금금)으로 줄고, 빚은 1억원이 돼 개인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회생 대상이 넓어진 것입니다.
그동안 서울회생법이 재산에 주식 투자 원금을 포함했던 건 주식, 암호화폐 등을 사행성 투자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1억원을 넣었는데 8000만원을 잃었지만, 본인 재산이든 대출이든 하락한 가치도 모두 재산으로 보고 반드시 그 이상을 갚아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투자 실패로 개인회생을 신청하기엔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합니다.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방침은 주식이나 암호화폐 또한 제도권 안에 있는 경제활동인 만큼, 이미 없어진 가치를 재산에 포함하는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억원에 산 부동산이 1억원이 됐을 때 서울회생법원은 재산을 1억원이라고 봐줬거든요.
서울회생법원은 이번 준칙 제정 배경에 대해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은 현재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아님에도 '도덕적 해이'등을 이유로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자가 갚아야 하는 총 금액이 투자 손실금보다 무조건 많아야 한다는 논리로 채무자들에게 제약을 가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찬반이 치열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우선 반대는 다른 주식 투자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입니다. 지금 주식과 암호화폐로 상당히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과도한 베팅으로 재산 이상의 돈을 잃은 사람들에게 빚을 탕감해주는 게 옳은가'하는 지적입니다. 상대적 박탈감도 느낄 수 있겠죠. 오죽하면 "나도 좀 더 잃어서 개인회생을 받아야 겠다"는 도덕적 해이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받는 것도 차별입니다. 서울 사람들은 주식과 암호화폐로 돈을 잃어도 법원에서 갚을 돈에서 빼주는데 지방 사람들은 여전히 그렇지 못합니다. 일각에서는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면 저도 탕감받을 수 있나요?"라고 하는데, 이사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합니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법원들도 서울회생법원과 같은 준칙을 만들어야 가능합니다.
주식과 암호화폐 빚 탕감 논란에서 찬성이 있다면 '모두에게 사회로 복귀할 한 번의 기회는 더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일가족 사망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주식과 암호화폐 급락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회생법원 신청의 절반이 2030이라는 뉴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회에서 일하고 세금을 낼 젊은 층이 빚 때문에 좌절하게 되는 건 사회 전체적으로 큰 손해입니다. 법은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찬반에도 불구하고 7월1일자로 준칙은 시행됐습니다. 빚을 내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한 후 실패한 이들은 회생절차를 거쳐 일정 금액의 빚을 탕감받게 될 겁니다. 빨리 빚을 갚고, 경제 활동에 복귀해 그다음 세대의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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