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어떡하라고..또 농축산물 수입, 또 농산물시장 더 열려고 시동

김소영 2022. 7. 1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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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가 핑계로 농축산물 수입
서민 식료품비 부담 완화 위해
쇠고기·돼지고기 무관세 적용
양파·마늘 등 TRQ 물량 확대
“사료값 폭등으로 생산비 껑충”
한우협 등 정부대책 강력 반발
 

한국양파산업연합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7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문 앞에서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수입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부는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대파·분유·커피원두·주정원료 등 농축산물 7종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0%까지 내리기로 했다. 양파·마늘·참깨·대두(가공용)에 대해서는 기존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서민 물가 부담을 낮추겠다는 이유다. 농업계는 이같은 조치가 자칫 국내 농축산업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내놨다.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고 서민 식료품비 부담을 경감하는 게 뼈대다. 여타 생계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서민 식료품비 부담 경감방안 가운데 상당 부분이 농축산물 수입 확대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우선 쇠고기 10만t에 대해 이달 20일부터 연말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할당관세는 관세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기존 40%였던 쇠고기 관세는 호주산이 16%, 미국산은 10.6%로 이미 낮아진 상태다. 이마저도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45만9000t이다. 이번 조치로 연간 수입물량의 22%에 달하는 물량이 5개월여 동안 무관세로 들어오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수입 쇠고기 관세가 사라지면 소매가격이 5∼8%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닭고기 역시 8만2500t에 대해 현재 부위별로 20∼30%인 관세를 없앤다. 6월22일부터 5만t(삼겹살 1만t, 기타 부위 4만t)에 대해 할당관세 0%가 적용 중인 돼지고기는 할당관세 적용 물량을 7만t으로 늘렸으며, 증량 물량 2만t 전부를 삼겹살에 배정했다.

재배면적 감소로 출하량이 감소한 대파는 11월 전남산이 본격 출하되는 상황에서도 7월20일∼10월31일 3개월여간 448t에 대해 관세(27%)를 부과하지 않는다.

TRQ 물량 증량도 폭탄 수준이다. TRQ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들여와야 하는 최소시장접근 물량에 대해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선 기준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정부는 마늘·양파에 대해서 이달 중 중국·일본 등으로부터 TRQ 물량을 도입한다. 현재 양파 기준관세는 135%지만 TRQ가 적용되는 물량에 대해선 50%만 부과된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기존 양파 TRQ 물량은 2만여t이다. 정부는 두부·장류 원료인 가공용 대두의 TRQ 물량을 1만t 늘리고, 참깨 TRQ 물량도 3000t 증량한다.

농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한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을 통해 “한우는 사료값 폭등으로 한마리당 생산비가 1000만원을 넘어선 반면 지육 도매가격은 6월30일 기준 1㎏당 1만9227원으로 지난해(2만1541원)와 견줘 11% 하락했다”며 “소비자에게 직접적 혜택이 없는 할당관세 도입은 자칫 수입·유통업자 배만 불릴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노은준 한국양파산업연합회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양파값이 크게 올랐다고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농자재값이 20% 이상 상승했고 농촌 인건비 역시 시간당 2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라면서 “심한 봄가뭄으로 양파 생육이 나빠져 중·하품 비중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TRQ 물량을 크게 증량하는 것은 국내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기자
 

또 농산물시장 더 열려고 시동
산업부, IPEF관련 공청회
농어업단체 규탄 한목소리
“동식물 위생·검역철폐 우려
이해당사자는 논의서 제외”
협상대상서 농어업은 빼야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공청회 행사장 앞에서 농어민단체 관계자들이 “IPEF 논의에 농업계가 배제돼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를 규탄하고 있다. 김병진 기자


정부가 농업계 우려를 뒤로 한 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IPEF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5월23일 IPEF가 공식 출범한 이후 46일 만에 대국민 여론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연 것이다.

김정회 산업부 통상교섭실장 전담직무대리는 공청회 개회사에서 “IPEF는 전통적인 무역협정과 달리 논의 대상에 관세철폐 등 시장접근 이슈를 포함하지 않아 국내 시장개방에 대한 부담이 적다”며 “매우 새롭고 광범위한 의제를 포함하고 있지만 의제별로 어떤 것이 포함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우리도 그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공청회는 IPEF의 추진 경과와 경제적 타당성 평가, 관련업계 의견 순으로 진행됐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은 “알려진 대로 IPEF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4개 분야에서 다양한 의제를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며 “농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분야는 무역으로, 동식물 위생·검역(SPS) 관련 규제의 투명성 제고와 식량안보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 마련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대응방안으로 “수입국의 SPS 의무 강화에 대비해 행정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업계는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정부가 공청회를 밀어붙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소속 6개 농민단체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공청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업계를 패싱하고 IPEF를 졸속 추진하는 산업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IPEF 협상 과정에서 SPS의 투명성 강화 등 농어업분야 비관세장벽의 철폐 가능성이 우려되지만, 정부가 IPEF 추진 전략을 논의하면서 농어업계를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SPS 규정이 수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도출될 경우 자칫 신선 과일·축산물 문이 활짝 열리면서 한국 농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학구 한종협 상임대표는 “IPEF는 통상조약이 아닌 행정협정으로 별도의 국회 비준을 받지 않아도 돼 추후 협상 과정에서 농업 관련 내용이 포함돼도 마땅히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며 “정부가 가입 의사 표명 전에 농어업계에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구했어야 함에도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협상 대상에서 농어업분야 제외 ▲농어업계의 IPEF 협상단 참여 등을 요구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정부가 IPEF 협상 과정에서 농업계와 정보를 활발히 공유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패널로 참석한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신선 사과·배·복숭아·자두는 국내에 한번도 수입된 적이 없는데, SPS 규정이 수입국에 불리하게 나오면 농민들은 실질적인 시장개방을 접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며 “IPEF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수준으로 SPS 관련 조항을 정하면 한국 농업의 부담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업계 불안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농업계와 소통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PEF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14개국을 규합해 결성한 포괄적 경제통상협력체다. 미국은 내년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IPEF 발효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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