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장 후보도 사퇴.. 부실 검증인가 밀어붙이기 탓인가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자진 사퇴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송 후보자는 과거 학생들과 저녁 자리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송 후보자의 이런 전력을 알고도 지명한 터라 인사 실패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송 후보자 사퇴로 윤석열 정부에서 낙마한 장관급 후보자는 4명이 됐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1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할 것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고위직 인사는 김창기 국세청장, 박순애 교육부 장관, 김승겸 합참의장에 이어 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송 후보자는 이날 공정위를 통해 “큰 공직을 맡아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사퇴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송 후보자가 지금 상황에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명 일주일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윤석열 정부 인사 시스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조각(組閣)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 대상 장관급 이상 후보자가 4명째 낙마했기 때문이다. 송 후보자에 앞서 정호영(보건복지부)·김인철(교육부)·김승희(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했다. 송 후보자 인사 검증을 당선인 시절 조각 인사를 검증했던 팀이 했는지 지난달 출범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송 후보자 사퇴로 취임 두 달이 넘도록 윤 정부 인사 시스템이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송 후보자는 휴일인 10일 오후 공정위를 통해 자진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큰 공직을 맡아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교직에만 매진하겠다”고 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송 후보자는 지난 4일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2014년 서울대 학생 100여 명과 한 저녁 자리에서 만취한 채 여학생 외모를 품평하는 등 성희롱성 발언을 한 사실이 다시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 일을 둘러싼 구설이 이어지는 데 대한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난 것 같다는 게 공정위와 대통령실 설명이다. 송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정부 관계자는 “원래 공직자보다는 학자에 맞는 스타일인데 최근 논란 등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송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인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성희롱 발언에 대해 다시 사과하면서 “만약 일이 커져 이건 아니다 하면 낙마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송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성희롱 발언 문제를 중대한 결격 사유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언 당시 송 후보자가 저녁 자리 참석자들에게 사과해 일단락됐고 학교 측에서도 별도의 처분이 없었다는 이유였다. 송 후보자도 지명 후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뜻과 함께 “공정위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송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또 다른 부담을 느낄 만한 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관가에서 나왔다. 한 여권 인사는 “우리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인생의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는 자리”라며 “공직 제안을 수락했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송 후보자가 어떤 이유에서 사퇴를 결심했건 그를 인선한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부담을 지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해 “전문성과 역량이 중요하다고 보고 빈틈없이 발탁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전(前) 정부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송 후보자 사퇴로 윤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급 이상 후보자 4명이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건 인사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낙마한 장관급 후보자 4명 중 3명은 윤 대통령 지인이거나 사법연수원 동기, 여성 후보자다. 대통령실은 “장관 인선에서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은 작용하지 않으며 전문성과 역량만 본다”라고 했다. 하지만 검증을 부실하게 했거나, 검증을 제대로 하고도 대통령이 찍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냥 밀어붙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후보자의 경우도 대통령실이 이미 성희롱 의혹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밀어붙이기 인사’ 비판에서 자유로울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태국서 필로폰·케타민 국내 밀반입…공급책 검거 강제송환
- “건강상 이유”…마세라티 뺑소니범, 첫 재판에 불출석
- [쫌아는기자들] 이노제닉스와 웨이센, 대장암 정복에 나선 국내 ‘바이오 어벤저스’
- 롯데마트, 식품 사업 스마트 혁신…내년 그로서리앱 ‘제타’ 출시
- 금감원, 고려아연 유상증자 신고 다시 하라
- 60개 K콘텐츠 무단 송출...필리핀서 불법 IPTV 운영자 검거
- “쿠르스크서 훈련하는 북한군” 우크라 기자가 최초 공개한 영상
- 檢, ‘김정숙 타지마할 수행’ 전 주인도 대사 참고인 조사
- 이재명 선고 앞두고 김동연·김경수 2일 ‘독일 회동’
- 개표 초반 트럼프는 남부 조지아, 해리스 러스트벨트 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