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48명 찾고… 하늘 간 최고 수색견 미르
지난 8일 오후 2시쯤 경기 포천의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경찰 10여 명이 모여 경찰 수색견 ‘미르’의 장례식을 치렀다. 미르의 영정 사진 앞에는 수의를 입은 미르가 가지런히 누워 있었고 그 주변으로 경찰들이 올려둔 국화꽃이 놓여 있었다. 이날 경찰들은 지난 6년간 각종 사건·사고 현장을 함께 누볐던 동료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경찰들은 화장한 미르의 유골을 미르가 평소 쉼터로 지냈던 수색견 훈련소 내 벚나무 밑에 묻었다. 동료 수색견인 ‘폴리’와 ‘소리’도 미르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지켜봤다.
미르는 지난 2016년 7월쯤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에 배치된 후 은퇴하기 전까지 실종자 48명을 찾았다. 미르의 훈련사이자 핸들러인 최영진(50) 경위는 “미르와는 가족처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우리가 실종자 수색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미르의 활약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미르의 업무는 사체와 실종자 수색이었다. 2018년 전남 강진 여고생 살인 사건, 2020년 경기 의정부 탈북민 실종 사건, 지난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경기 양주 채석장 매몰 사고 등 전국의 수많은 사건·사고 현장을 누볐다. 토사 30만㎥가 무너지며 현장 작업자 3명이 파묻혔던 양주 채석장 사고 땐 미르가 사고 발생 닷새 만에 19m 땅 밑에 묻힌 마지막 실종자를 찾기도 했다.
미르는 지난 5월 양주 불곡산 소방관 실종자 수색을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은퇴했다. 함께 수색에 나섰던 최 경위는 “미르가 평소보다 빨리 지쳐 상태가 이상함을 느꼈다”며 “곧바로 대학병원에 갔고 MRI 촬영을 했는데 미르의 전두엽과 소뇌 쪽에 뇌종양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미르를 살펴본 주치의는 “유전 질환 가능성이 크니 임무 수행 대신 휴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미르를 곧바로 퇴역시켰고 최 경위가 개인적으로 분양받아 미르와 함께 지내왔다.
뇌종양 선고 직후 미르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제대로 걷지도, 물을 삼키지도 못했다. 최 경위와 주치의는 미르가 고통을 못 견뎌 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안락사를 선택했다. 당시 미르의 나이는 8세로 사람으로 치면 50대 중후반쯤 됐다. 최 경위는 “미르가 힘든 업무를 내려놓고 이제 편하게 여생을 함께 지내길 바랐는데 병으로 먼저 떠나보냈다”며 “그저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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