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참의원 선거 압승..개헌 세력도 ⅔ 이상 유지(종합3보)
기시다, 장기집권 발판 마련..한일대화 본격화 주목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성진 이세원 특파원 =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습 사망이 보수표의 결집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신임을 확인함에 따라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특히 앞으로 3년간 대규모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을 맞게 돼 기시다 정권이 장기 집권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4개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유지해 개헌 작업이 탄력을 받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선거 후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고위급 대화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여 한일관계의 변화도 주목된다.
참의원 의석수는 248석(선거 전 245석)이며, 의원 임기는 6년이다.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개표 상황과 출구 조사, 판세 취재 등을 근거로 정당별 확보 의석을 중간 집계한 결과, 11일 오전 1시 현재 이번에 새로 뽑는 125석 가운데 여당이 73석(자민당 61석, 연립여당인 공명당 12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임기가 3년 남아 있어 이번에 선거 대상이 아닌 여당 의석(70석, 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을 합하면 이미 143석을 확보해 참의원 전체 의석의 과반(125석 이상)을 달성했다.
또 이미 기존 여당 의석수(139석, 자민당 111석, 공명당 28석)보다 4석을 늘린 상황이다. 13석이 남은 가운데 개표가 진행될수록 의석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의 간판으로 압승을 이끌어냄에 따라 당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자민당은 작년 10월 31일 실시된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 단독 절반을 훌쩍 넘어 '절대안정다수' 기준선인 261석을 확보했다. 절대안정다수는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점하면서 위원도 과반을 차지하는 의석으로 예상을 뛰어선 압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선 투표일 이틀 전인 8일 아베 전 총리가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이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일본 민영방송 TV도쿄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프로그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으로 투표처를 자민당으로 바꿨다는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13%가 바꿨다면 아베 전 총리의 마지막 목소리가 국민 여러분께 확실히 전달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자민당 내 온건 성향 파벌인 '고치카이'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자신의 정치색을 지금보다 더 분명히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인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카이'(아베파)의 지원으로 총리 자리에 올라 이 파벌의 수장인 아베 전 총리와 당내 강경 보수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최대 쟁점인 '5년 내 방위비 2배 증액' 취지의 자민당 공액도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 보수가 주도했다.
기시다 총리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일본 국민의 안보에 대한 관심이 커져 방위비 증액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겠지만, 분배에 무게를 실은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등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갈 여지가 커진 셈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오는 9월 내각과 자민당 당직을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가 인사를 통해 아베파와 선 긋기를 단행할지, 당분간 유화적 태도를 취할지 관심을 끈다.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4개 여야 정당은 참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166석) 이상을 유지했다.
NHK는 새로 뽑는 의석 중 일본유신회는 10석, 국민민주당은 4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개헌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들 4개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87석을 확보해 기존 의석(84석)을 합해 171석으로, 개헌 발의 요건인 3분의 2 의석 기준인 166석을 이미 확보했다. 이들 정당의 선거 전 의석은 166석이었다.
개헌에 부정적인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고물가 대응 부실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정부와 여당을 공격했지만, 의석이 줄게 됐다.
입헌민주당은 11일 오전 1시 현재 새로 선출하는 의석 중 14석을 확보해 기존 의석(22석)을 합해 36석에 그치고 있다. 입헌민주당의 선거 전 의석은 45석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군사력 확대 및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 등으로 일본 내 안보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헌법에 자위대 명기와 긴급사태 조항 추가 등을 골자로 한 개헌을 조기에 실현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기시다 총리는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NHK에 "개헌 논의를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표로 한 아베 전 총리 조문단과 박진 외교부 장관 등 한국의 고위급 인사 방일이 예정돼 있어 기시다 총리가 한일 갈등 현안을 풀기 위해 대화에서 유연성을 발휘할지도 주목된다.
기시다 내각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일 역사 갈등 현안을 다루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교도통신이 추계한 이번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51.68%로 3년 전 참의원 선거 투표율 48.08%를 웃돌았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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