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신이 틀렸어" 할 말은 하는 美 기업인들[미국은 지금]
아마존 창업 베이조스, 대놓고 바이든 면박
"기업 가격 압박,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
WSJ "기업인들 너무 관대" 오히려 비판
발언 자체 꺼리는 한국서는 매우 이례적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그런 명령을 했다면 어땠겠는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유소를 운영하고 휘발유 가격을 책정하는 기업들(정유사들)은 지금 당장 청구 가격(휘발유 가격)을 낮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직후인 지난 5일자(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그랬다면 좌파들은 ‘권위주의’(authoritarian)라며 울부짖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유사들을 연일 압박하는 것을 두고 “시장 경제에 대한 무지”라고 비판하면서 “자유세계의 지도자가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인) 우고 차베스처럼 말하는 것은 너무 당혹스럽다”고 썼다.
WSJ의 사설은 최근 미국 사회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궁지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고인플레이션의 책임을 기업에게 돌리는 것은 정치적인 포석으로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그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의 장본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 자신이라는 점을 WSJ는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이 차베스처럼 말하다니…”
바이든 대통령의 최악 지지율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미국 몬머스대가 지난달 23~27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으로서 바이든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6%만 “그렇다”고 답변했다. 88%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패트릭 머레이 몬머스대 여론조사 연구소장은 “대다수 미국인들은 현재 물가 폭등 고통을 두고 워싱턴을 비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더 주목할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실책’을 두고 현역 기업인들이 대놓고 면박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에 악영향이 갈까 발언 자체를 꺼리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대표적인 게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다. 베이조스는 정유업계를 압박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트윗에 “백악관이 이런 식으로 계속 발언하기에는 인플레이션은 너무 중요한 문제”라며 “(대통령의 언급은) 잘못 가고 있는 방향이거나 혹은 시장 경제에 대한 심각한 오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엑손모빌은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었다”며 수위 높은 발언을 멈추지 않자, 직접 나선 것이다. 베이조스의 트윗에는 20만개에 가까운 ‘좋아요’가 달렸다. 통상 그의 트윗에 달린 좋아요는 많아야 2만~3만개다.
이뿐만 아니다. 베이조스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면 가장 부유한 기업이 공정한 몫을 내도록 하자”며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내자 곧바로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좋고 인플레이션 완화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둘을 한데 엮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반박 트윗을 날렸다. 이 역시 17만개에 가까운 좋아요가 달렸다. 물가 폭등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과 맞짱 뜨는 미국 기업인들
백악관과 ‘맞짱’ 뜨는 기업들은 또 있다. 세계적인 정유사인 셰브런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마이클 워스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셰브런을 비롯해 엑손모빌, 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필립스66, 마라톤 페트롤리엄, 발레로 등에게 증산을 요구하는 경고 서한을 보냈는데, 워스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대놓고 거절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바이든 대통령과 앙숙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머스크가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으로 인해) 경제에 대한 느낌이 아주 좋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한데 대해 “달나라 여행에 많은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비꼬았다. 이에 머스크는 곧장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는 트윗으로 다시 비꼬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놀라운 것은 백악관과 주요 기업인간 물가 논쟁에 대한 WSJ의 평가다. WSJ는 사설에서 “재계 리더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유업계 압박을 정치적인 냉소(political cynicism) 정도로 치부했다”며 “그들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해) 너무나 관대하다”고 썼다. 실물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인들이 근래 물가 폭등을 두고 침묵하고 있다고 오히려 비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민간이 중심인 미국 경제의 힘이라는 진단도 있다. 미국에서는 중요한 경제 현안을 두고 기업인들이 할 말은 한다는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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