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가 못 빠져나간다.. '낮 폭염 없는 열대야' 20년새 67% 늘어
한낮 최고기온은 28도 정도였는데 새벽 최저기온은 25도. 최근 이른바 ‘폭염 없는 열대야(熱帶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관측 사상 처음 ‘6월 열대야’가 출몰하더니 상식을 깨는 여름 이상 날씨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열대야는 보통 낮에 폭염(33도 이상)을 겪은 뒤 밤 사이 기온도 25도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국내에선 주로 7~8월 관측되는데 올해는 서울이 기록상 처음으로 ‘6월 열대야’를 겪는 등 초여름부터 “더워서 못 자겠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도시화와 지구온난화 복합 여파가 빚은 기상이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차동현 교수 연구팀이 1979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일 최저기온 관측 자료를 토대로 국내 열대야 발생 배경과 변화 원인 등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밤중 무더위가 수십 년째 심해지고 서울 등 수도권은 열대야 빈도·강도·기간 측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증가세가 더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더 진행된 수도권이 타 지역보다 열대야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수도권에선 ‘전날 폭염을 동반하지 않은 열대야’가 1979~1999년 총 80일에서 2000~2018년 134일로 67.5% 늘었다. 낮에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올라가는 폭염이 발생하면 그 열기가 밤중에 대기권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돌아 발생하는 게 열대야라고 여겨져 왔다. 열대야가 폭염 때문이란 의미다. 그런데 수도권에선 폭염을 겪지 않았는데 열대야가 점점 자주 나타났다.
서울에서 첫 ‘6월 열대야’가 발생했던 지난달 26일 낮 최고기온(오후 3시)은 28.1도로, 다음 날 새벽 4시 54분 최저기온 25.4도와 2.7도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한낮 더위가 큰 오르내림 없이 밤에도 이어진 셈이다. 이날 열대야가 발생한 수원은 일 최저(25.1도)·최고기온(29.6) 차가 4.5도에 불과했고, 원주·보령·홍성·목포도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았다.
폭염 없는 열대야 원인으로는 ①구름 ②북태평양고기압 ③열섬 현상 등이 꼽힌다. 구름이 많아지며 밤 사이 지표면 열이 대기권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덥고 습한 공기를 계속 공급하고, 도심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은 열을 흡수하지 못하며 그대로 방출해 더위를 증폭시킨다. ‘폭염 없는 열대야’ 주범으로 꼽히는 구름 역시 지구온난화 여파라는 분석이다. 구름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일종의 ‘이불 효과’를 내며 낮엔 햇볕을 가려 폭염을 막고, 반대로 밤에는 열이 대기권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해 열대야를 촉발시킨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서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다 위 대기 중 수증기 양도 늘어 구름이 많아졌다. 서해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1968년 14.4도에서 2020년 15.3도로 올랐다. 수도권에 ‘전날 폭염을 동반하지 않은 열대야’가 발생했을 때 수도권을 비롯한 한반도 북부 지역 상공에 평균적으로 구름 양이 많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입김 불어넣듯 덥고 습한 열풍을 공급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초여름부터 우리나라 북서쪽으로 더 확장해 때 이른 열대야를 낳았다. 우리나라는 초여름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며 무더위가 서서히 시작되다가 한여름이 되면 한반도 전체가 북태평양고기압에 덮이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근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일찍 우리나라 부근으로 접근하면서 폭염과 열대야도 빨라졌다. 이 영향으로 올해 서울·수원 등에선 ‘6월 열대야’가 나타났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도 ‘6월 일 최저기온’ 최고치를 경신했다. 역사상 가장 무더운 6월 밤을 보냈다. 1990년대 이후 급격한 수도권 도시화 역시 ‘열섬(heat island) 효과’를 유발해 열대야를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열대야가 나타나면 급격한 체온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찬물보단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카페인이 들어간 찬 음료·주류보단 적당히 시원한 생수를 마시는 게 좋다. 에어컨 등 냉방 기기를 쓸 땐 건강을 위한 적정 실내 온도인 26~28도를 되도록 넘지 않도록 설정하고, 바깥 기온이 더 오를 경우에도 실내·외 온도 차를 5도 이내로 유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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