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참의원 선거, 연립여당 압승 예상.. 아베 숙원 '자위대 헌법명기' 힘실려

강구열 2022. 7. 1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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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출구조사 결과
신규 125석 중 자민·공명 69∼83석 유력
개헌세력, 3분의2 이상 최대 187석 전망
기시다, 장기집권 발판 마련 평가 나와
2025년 개헌 국민투표 시나리오 거론
북핵 도발 등 여파 국민 우호여론 형성
방위비 증액 등 이견에 논란 가능성도
투표하는 시민들 제26회 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일인 10일 오후 자녀들과 함께 도쿄도에 있는 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고 있다. 일본의 참의원 전체 의석수는 248석으로 이번 선거에서 125석(지역구 75석, 비례대표 50석)을 새로 뽑았다. 도쿄=EPA연합뉴스
1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자민당·공명당)이 과반인 125석을 넘는 최대 153석을 얻는 것으로 예상됐다. 국회 내 개헌세력은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 2(166석) 이상인 187석까지 차지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 높아진 안보위기 의식에 기대 자민당이 자위대의 헌법 명기와 방위비 증액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둠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는 것은 물론 장기집권의 발판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NHK 방송은 투표가 종료된 이 날 오후 8시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선거가 치러진 125석 중 자민당은 59∼69석, 공명당은 10∼14석을 얻는 것으로 예상했다. 공동여당을 이루고 있는 두 당이 최소 69석, 최대 83석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이날 선거에서 교체되지 않은 여당 의석수(70석)를 합치면 참의원 전체 248석의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139∼153석을 가지게 된다. 선거 전 두 당의 전체 의석은 139석이었다.

헌법 개정에 적극적인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은 개헌 발의가 가능한 참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166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유신회 10~15석, 국민민주당은 2~5석을 얻을 것으로 조사돼 개헌세력으로 불리는 4개 정당의 의석은 165∼187석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해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세력이 3분의 2(전체 465석 중 310석)를 훌쩍 넘는 352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개헌 발의를 위한 국회 내 세력은 마련되는 것이다.

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일인 10일 일본 야마구치현 야마구치시에 있는 에지마 기요시 자민당 후보의 진영에서 관계자가 작업 중인 가운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진이 담긴 자민당 홍보물이 놓여 있다. 야마구치현은 8일 유세 중 총격을 당해 목숨을 잃은 아베 전 총리의 선거구(지역구)였다. 야마구치=교도연합뉴스
이런 예측이 실제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선거 후 일본의 향방에서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8일 총기 피습으로 세상을 떠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필생의 업으로 여겼던 개헌이다. 자민당은 “중·참의원에서 개정안을 제출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 개정을 조기에 실현한다”고 공약했다. 내년 중의원, 참의원 헌법심사회 개최, 2024년 개헌안 발의, 2025년 개헌 국민투표 실시라는 시나리오가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전에도 국회 내 개헌세력 3분 2 이상을 확보한 적이 있긴 했지만 개헌에 부정적인 여론에 막혀 발의조차 못 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국의 군사적 팽창,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국민의 안보위기 의식이 높아지면서 지난 3∼4월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는 개헌 필요 의견이 68%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이 방위비를 2%로 올리겠다는 구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국방예산을 GDP의 2% 이상으로 증액하려는 것을 고려해 내년부터 5년 이내에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자민당의 공약으로 담겼다. 계획대로 시행되면 일본의 방위비는 올해 5조4005억엔(약 51조원)에서 10조엔을 넘게 된다. 현재 세계 국방비 지출 9위인 일본이 2027년이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의 시기, 방위비 증액 규모 등의 구체적인 부분에서도 차이를 드러내기도 해 상당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4일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위비 증액에 (GDP의 2%라는) 숫자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무엇이 필요한지 내용을 결정한 뒤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재원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5년 내 2%’를 명시한 공약과는 온도 차가 있다. 북한, 중국 등을 의식해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반격 능력’의 보유를 공약으로 한 것도 눈에 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방침인 국가안보전략 등에 이런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제26회 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일인 10일 오후 도쿄(東京) 스미다구(墨田區)에 후보자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일본의 참의원 전체 의석수는 248석으로 이번 선거에서 125석(지역구 75석, 비례대표 50석)을 새로 뽑았다. 도쿄=연합뉴스
선거 운동을 시작하면 ‘공동여당의 과반’을 승패의 기준으로 제시했던 기시다 총리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를 해산하지 않는 한 큰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이 시작돼 안정적으로 국정을 펼쳐갈 수 있고, 장기집권의 가능성도 열렸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에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지도 관심사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중국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상대적 온건파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의 여론을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분석이 있었다. 한국에 대한 강경론을 주도해 온 아베 전 총리의 부재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는 물론 정책, 인사 등에서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 가려 기시다 총리가 자기 색깔을 제대로 내지 못해왔다는 게 지금까지의 평가였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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