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날개가 우습다고?..떴다 하면 '활공'인걸

이정호 기자 2022. 7. 10. 22: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보새' 앨버트로스의 장점 살린 탐사장비..화성으로 간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이 날개 길이가 3.35m에 이르는 글라이더를 손에 들고 있다. 바다새인 앨버트로스의 모습을 차용해 만든 이 시제품 글라이더는 화성 하늘을 장시간 활공하도록 고안됐다. 애리조나대 제공

길이 3m짜리 거대한 날개를 가진 ‘앨버트로스’는 일명 바보새로 불린다. 몸통보다 지나치게 큰 날개 탓에 땅 위에서 뒤뚱거리며 우스꽝스럽게 걷는 모습 탓이다. 사실 엘버트로스의 진가는 땅이 아니라 하늘에서 나타난다. 앨버트로스는 다른 새들처럼 수시로 날갯짓을 하지 않는다. 하늘에 떠 있는 대부분의 시간에 그저 날개를 편 채 가만히 있는다. 활공이다. 한 번 떴다 하면 며칠 동안 착륙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다. 긴 날개 때문에 공중에 뜨는 힘, ‘양력’을 쉽게 얻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수년 안에 화성 하늘에 앨버트로스와 겉모습이 꼭 닮은 탐사 장비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엔진이나 전기모터 없이 오로지 화성에서 부는 자연 바람을 이용해 나는 일종의 글라이더가 개발되고 있다. 지상을 굴러다니는 탐사 차량과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 사이에 존재하는 수백㎞의 텅 빈 화성 하늘을 날아다닐 새로운 탐사 장비의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 차량·위성으로는 ‘관측 불충분’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최근 화성 하늘에 날릴 공중 탐사용 대형 글라이더를 개발하고 있다고 국제 학술지 ‘에어로스페이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를 개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류는 화성 궤도에서 총 8기의 인공위성을 운용한다. 지상에서도 탐사 차량 3대를 운행한다. 그러나 화성 하늘을 떠다니는 비행기 형태의 제대로 된 탐사체는 아직 없다. 군대로 따지면 정찰 차량과 정찰 위성은 있는데, 정찰기가 없는 셈이다.

공중을 날면 이점이 많다. 탐사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화성에서 운영하는 지상 탐사 차량은 속도가 느리다. 지난해 2월 화성에 도착해 임무에 들어간 최신 탐사 차량 ‘퍼서비어런스’는 최대 시속이 0.1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탐사 범위가 좁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미래 인류의 이주 가능성을 확인하기엔 너무 느린 속도다.

유럽우주국(ESA)의 ‘마스 익스프레스’ 등 화성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지상을 넓게 볼 수 있지만, 역시 관측에 애로가 있다. 위성은 지상에서 수백㎞ 떨어진 고도를 돌기 때문에 지표를 자세히 보기 어렵다. 카메라 성능이 좋아도 우주 공간에서 지상을 촬영하는 건 한계가 있다. 화성 대기를 정밀하게 감지하는 것도 어렵다. 하늘을 헤집고 나는 비행체가 대기에 무슨 물질이 있는지 분석하기엔 훨씬 유리하다.

주로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앨버트로스가 바다 위를 나는 모습. 날개 길이가 3m 내외여서 활공 비행을 능숙하게 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이 앨버트로스 모습을 본뜬 화성 공중탐사용 비행체를 개발 중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 ‘인공 앨버트로스’ 띄워 해결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고 애리조나대 연구진이 내놓은 글라이더는 좌우 날개 길이가 3.35m에 이른다. 날개 길이가 동체에 비해 극단적으로 긴 이 글라이더의 형상은 장거리 비행을 하는 새인 앨버트로스의 모습을 본뜬 것이다. 실제 앨버트로스와 날개 길이도 비슷하다.

이 글라이더는 자신의 정체성에 걸맞게 엔진이나 전기모터 같은 자체 동력기관이 없다. 태양에 데워져 만들어졌거나 언덕 같은 지형 때문에 생성된 지상의 상승 기류를 타고 하늘을 난다.

비행 능력은 상당하다. 연구진은 글라이더가 한 번 뜨면 며칠간 하늘에 머무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력을 키우는 긴 날개와 5㎏에 불과한 동체 중량 덕이다. 연구진은 글라이더에 카메라는 물론 온도와 기체를 분석할 감지기도 달 예정이다.

■ 올여름 지구서 시범 비행

지금도 화성 하늘을 나는 장비가 있긴 하다.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낸 소형 무인기(드론) ‘인저뉴어티’다. 중량 1.8㎏에 회전날개 길이는 1.2m이다. 기본적인 형상은 작은 헬리콥터다. 덩치나 생김새가 글라이더와 차이가 크다.

하지만 진짜 차이점은 다른 곳에 있다. 인저뉴어티의 비행 시간은 최대 3분이다. 한 번 이륙하면 며칠간 하늘에 머무를 수 있는 글라이더보다 훨씬 짧다. 게다가 인저뉴어티는 프로펠러를 돌리기 위해 배터리 충전이 필요하다. 글라이더에는 배터리 자체가 없다.

글라이더의 장점이 많아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다. 착륙한 뒤 지구의 과학자들이 원할 때 이륙할 수 있느냐다. 비행하기에 충분한 바람이 늘 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수학적인 방법으로 화성 바람을 꼼꼼히 분석할 예정이다. 바람이 잘 부는 지역과 시기를 자료화하려는 것이다.

연구진은 올해 여름쯤 화성의 지표 근처 대기 밀도와 비슷한 지구의 해발 고도 4500m에서 시험 비행을 할 계획이다. 연구진에 속한 알렉산드르 클링 NASA 에임스연구센터 박사는 과학전문지 ‘유레카얼럿’을 통해 “글라이더를 향후 몇 년 안에 화성에 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