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꿈꾸던 '개헌'에 힘 실려..한·일 대화 재개 늦어질 수도

김유진 기자 2022. 7. 10. 21: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 집권당 압승
개표 10일 도쿄지역 한 개표소에서 개표요원들이 이날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투표함에서 투표용지를 꺼내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중간평가’ 무사 통과
경제·국방정책 탄력 받아
‘아베 추모 정국’ 길어질 땐
한·일 관계 개선 여부 불투명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는 예상한 대로 자민당의 압승이었다.

NHK 방송은 출구조사 결과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이 과반을 크게 넘어서는 의석수를 확보하고, 개헌세력도 3분의 2 이상 의석수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선거 이틀 전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 테러로 사망하면서 대대적인 보수층 결집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가 ‘필생의 과업’으로 꼽았던 개헌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오후 8시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은 이번 선출 의석수인 125석 중 59~69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립여당 공명당의 예상 의석수인 10~14석을 합치면 69~83석을 여유 있게 얻는 셈이다. 참의원 전체 248석을 기준으로 집계하면 자민·공명당 연합은 과반(125석 이상)을 훌쩍 웃도는 최소 139석~최대 153석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선거는 당초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었다. 인플레이션 대응 등 경제정책, 국방비 지출 확대 등 안보정책, 개헌 추진 등이 선거 기간 주요 쟁점이었다.

그런데 선거 이틀 전인 8일 아베 전 총리가 나라현에서 유세를 벌이다 총격 테러로 사망하면서 ‘동정표’ 결집 효과가 주목받아왔다. 일본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개 유권자들이 피해를 입은 쪽에 동정심을 느껴 표를 몰아주는 경향을 보여왔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날 참의원 선거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 기반을 다지게 됐다. 향후 3년간 대형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만큼 경제정책은 물론 방위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증액 등 국방정책에서 기존 노선 추진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당내 강경파 목소리가 득세할 경우 기시다 총리의 독자적인 국정운영이 당분간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한 개헌 지지 세력이 참의원 의석 3분의 2를 유지하면서 일본 정치권 내 개헌 목소리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전체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집권 연합인 자민당, 공명당과 함께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4당이 개헌 지지 세력으로 분류된다.

다만 개헌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커 개헌 절차가 당장 시작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개헌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평화헌법 9조 개정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상황에서 ‘선거 리스크’를 덜어낸 기시다 내각도 한국 측 대화 제의에 적극 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당분간 일본 내 기류가 아베 추모 정국으로 흐르게 되면 기시다 총리로서도 한·일관계 개선에 여지를 두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참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일 등을 통해 일본과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려던 한국 정부의 구상도 단기적으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등 과거사 관련 갈등 현안에서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간극이 쉽사리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