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 설치' 요구에 대학은 난색..폭염 속 어떻게 일하라고
[앵커]
처우를 개선해 달라며 집회를 이어온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에 이어, 고려대 청소 노동자들도 점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의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는 바로 땀을 씻을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건데요.
학교 측에선 어렵다는 입장인데, 폭염 속 이들의 근무 환경이 어떤지, 최혜림 기자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연세대학교에서 학생회관 청소를 담당하는 박정아 씨.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 하루 9시간씩 화장실과 복도를 청소하다 보면 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박정아/연세대 청소노동자 : "옷이 다 젖어요. 아침에 청소하고 갈아입고, 이거 오후에 입은 거야."]
하지만 학교에선 씻을 수 없습니다.
청소 노동자가 쓸 수 있는 샤워실엔 악취가 나고, 온수도 나오지 않습니다.
잠시 땀을 식힌 뒤 옷을 갈아입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경자/연세대 청소 노동자 : "우리 나이에는 찬물에 (샤워) 못 해요. 자기 현장에서 걸레 빠는 데서 팔뚝 이렇게 씻고..."]
서울 시내 다른 대학들은 어떨까?
이화여대를 찾아가 봤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이 쓸 수 있다고 학교 측이 설명한 곳.
열악해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7층짜리 건물에 딱 한 칸 있는 샤워실입니다.
남자 화장실 한쪽에 만들어져 여성 청소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청소 노동자만 쓸 수 있다는 샤워실은 단 한 곳.
그나마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15분이나 걸어가야 합니다.
이러니 수건에 물을 묻혀 닦는 게 전부입니다.
[이화여대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이렇게 마스크는 쓰고, 닦잖아요. 더우니까 그냥 닦는 거예요, 이렇게. 더우니까, 옷을 벗을 수는 없고..."]
중앙대와 홍익대 등 청소 노동자 전용 샤워실이 한 곳도 없는 대학도 여럿입니다.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청소 노동자들이 넉 달째 집회 중인 연세대의 경우 학교 측은 배관을 추가 설치하기 어렵단 입장입니다.
고려대 청소 노동자들 역시 지난 6일부터 시급 400원 인상, 샤워 시설 확충을 요구하며 대학 본관 점거농성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 20인 이상 사업장에는 휴게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샤워실은 빠져 있습니다.
폭염이 덮쳐도 청소 노동자들은 땀범벅이 된 채 일해야 한다는 겁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정재숙/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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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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