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증액 등 자민당 공약 탄력..온건파 기시다 입지에 촉각

김규식 2022. 7. 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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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후 일본정책 방향은
출구조사서 자민·공명 휩쓸어
신규 125석 중 최대 83석 확보
개헌발의 세력 3분의2 넘을듯
자민당 보수표 결집·동정표 효과
여론조사때보다 의석수 더 많아
기시다, 중장기적으로 기반 강화
단기적으로는 보수파 배려할 듯

◆ 일본 참의원 선거 ◆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가 치러진 10일 일본 도쿄에서 개표사무원들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피습 사망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는 참의원의 절반인 125명을 선출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중간평가 성격을 가지면서 향후 당내 기반을 좌우할 수 있는 참의원 선거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총격 사망 이후 이틀 만에 진행됐다. 각 언론사의 출구조사에서 여당(자민·공명당)이 과반을 유지하는 등 압승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자민당을 비롯해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4당이 전체에서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자민당의 압승은 기시다 내각의 국정 운영이 긍정적평가를 받은 것이 배경이 됐고 아베 전 총리의 사건으로 '보수 결집·동정표'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압승에 따라 헌법 개정, 방위비 증액,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등 자민당의 공약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장기적으로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의 당내 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지만 아베 전 총리의 피습·사망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 개정이나 방위비 증액 등을 자민당 보수의 구심점인 아베 전 총리가 주도해온 만큼 그의 부재가 추진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 기시다 총리가 중장기적으로는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당내 기반을 강화해 국정 운영에 힘을 붙이고 자신의 색채를 좀 더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아베 전 총리의 사건이 보수 결집·동정표 효과를 냈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보수를 배려하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일본의 상원 격인 참의원에 대한 선거가 10일 진행돼 선거구·비례대표를 합쳐 참의원 정원(248석)의 절반인 125석(보궐 1석 포함)에 대한 당선자를 가렸다. 참의원 임기는 6년인데, 3년에 한 번씩 전체 의석의 절반에 대한 선거를 진행한다.

NHK 출구조사에서 자민당은 59~69석, 공명당은 10~1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둘을 합치면 여당의 당선 의석은 69~83석에 달해 이번 선거 대상에 대한 기존 의석인 69석을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또 출구조사의 여당 의석수 예측(69~83석)을 임기 3년이 남은 여당의 기존 의석 70석(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을 합치면 전체의 과반(125석)을 넘을 것도 확실시된다. 특히 자민당이 69석을 당선시킨다면 단독으로 전체의 과반을 차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당선은 13~20석으로 예측돼 선거 전보다 의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달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에 대해 55~65석의 당선을 예측했는데, 투표 당일의 NHK 출구조사 결과는 이를 웃돈다. 아베 전 총리의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는 여당의 과반 유지를 승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이번 출구 조사 결과는 확실한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자위대 명기를 비롯한 헌법 개정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 이상 염두에 두고 증액 △적기지 반격(공격) 능력 보유 △안전이 확인된 원전 최대한 활용 등을 내세웠다.

당초 같았으면 이번 같은 확실한 승리로 자민당 공약의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개헌, 방위비 증액 등의 이슈를 자민당의 최대 파벌(아베파, 의원 94명)을 이끌던 아베 전 총리가 주도해온 만큼 그의 부재가 추진력 약화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일본 언론에서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국가안보전략 개전 등의 논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3년간 대형 선거가 없는 이른바 '황금의 3년'이 열려 안정적 국정 운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도 승리로 이끌게 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의 당내 기반 강화도 예상된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 사건에 따른 보수 결집·동정표 효과가 이번 선거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색깔을 강화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자민당 내에서 이번 선거의 성과가 오롯이 기시다 내각의 성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중장기적으로는 당내 기반을 강화하고 조금씩 목소리를 키워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간에 당을 장악하고 크게 목소리를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보수세력을 계속 감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영향이 있었던 만큼, 기시다 총리가 바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갖고 입지를 강화해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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