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지끈 두통, 무더위 탓일까? 잠깐 왔다 사라지는 '미니 뇌졸중'일 수도
연일 찜통 더위가 지속되면서 일사병ㆍ열사병 같은 온열 질환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두통ㆍ어지럼증 등과 같은 증상이 생기면 온열 질환 가능성을 의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뇌졸중 전조 증상일 수 있다.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 혈압이 떨어지고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서 뇌졸중(국내 사망 원인 1위 질환) 같은 뇌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뇌졸중 발생 전 40%가 ‘미니 뇌졸중’ 겪어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뇌출혈)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언어장애ㆍ보행장애 등 큰 후유증을 남기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뇌졸중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발생한다.
하지만 뇌졸중이 생기기 전 40% 정도가 ‘미니 뇌졸중(일과성 뇌허혈 발작ㆍtransient ischemic attack)’ 같은 전조 증상을 겪는데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미니 뇌졸중은 뇌졸중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미니 뇌졸중은 뇌졸중 증상이 24시간이 되기 전에 사라진다. 몇 초 만에 사라지기도 하고 몇 시간 동안 계속되기도 한다.
뇌혈관이 막혀 뇌 조직이 손상되는 미니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연간 12만 명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 60대 환자가 가장 많았고, 70대, 50대 환자가 뒤를 잇는다.
미니 뇌졸중은 두통과 어지럼증을 비롯해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감각 둔화, 어눌해진 발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야장애, 손발 저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 증상은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기에 뇌졸중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 증상이 없을 때도 있다.
미니 뇌졸중이 왔을 때 신속히 대처하려면 평소 뇌졸중 증상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힘이 빠지는 편마비, 말이 어눌해지는 언어장애, 그리고 안면 마비 등 3가지 증상이 대표적”이라며 “미니 뇌졸중 환자의 75% 정도에서 이런 증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편마비는 흔히 생각하는 ‘저린 느낌’ ‘먹먹한 느낌’ ‘무거운 느낌’과는 다르다. 힘이 빠져서 서 있거나 팔을 들지 못하거나 손에 든 물건을 놓칠 때를 말한다. 드물게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쪽 팔다리가 거의 동시에 힘이 빠진다. 안면 마비는 얼굴이 비대칭으로 나타나며 비교적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언어장애는 하고 싶은 말은 명확히 알고 있지만 내뱉지 못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지 않거나,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를 말한다.
이 밖에 일어나거나 걸으려고 할 때 한쪽으로 넘어지거나, 평소와 다른 두통ㆍ어지럼증, 시야 흐려짐,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복시)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혹 실신이나 편두통, 부분성 경련 발작, 저혈당 등을 미니 뇌졸중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미니 뇌졸중이 의심돼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증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뇌졸중 예방을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미니 뇌졸중은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뇌졸중과 동일하게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미니 뇌졸중 단계에서 적극적인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며 “뇌졸중이 와서 영구적인 뇌 조직 손상과 신체 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이 따른 뒤에는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미니 뇌졸중을 겪은 후 2일 이내 뇌경색이 생길 위험은 5%, 1주일 이내에는 11%에 달한다. 20~30%는 3개월 이내 뇌경색을 겪는다. 미니 뇌졸중이 나타났을 때 조기에 적절히 조치하면 뇌졸중의 80% 정도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염식 생활화하고 금연해야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증상을 미리 알고 있다가 재빨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은 잘못될 생활 습관 등으로 발병할 때가 가장 많기에 이를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 흡연, 스트레스, 나쁜 식습관, 복부 비만 등이 뇌졸중 위험 요인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자신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뇌졸중 위험 인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을 많이 먹고, 저염식을 생활화하며,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금연해야 한다. 흡연은 뇌경색 위험을 1.5∼2배, 뇌출혈 위험을 2∼4배 정도 높인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 45세 이하 젊은 남성 뇌졸중 환자 발병 원인의 45%는 흡연, 29%는 고혈압이었다.
다만 뇌졸중 위험도는 금연 2년 뒤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5년이 지나면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과 비슷하게 떨어지므로 빨리 금연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뇌졸중 위험을 높이므로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뇌졸중 주요 증상]
①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진다.
②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하다.
③ 말을 잘 못하거나 다른 사람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④ 갑자기 심하게 어지럽고 술 취한 사람처럼 걸으며 한쪽으로 쓰러진다.
⑤ 갑자기 한쪽이 잘 안 보이거나 사물이 둘로 겹쳐 보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님들이 작당해 여성종업원에 '아이스' 섞은 술 먹여"
- 아베 사망에 중국 네티즌은 '샴페인' 터트렸다?
- "퇴근하고 카톡으로 뭐 좀 물어보면 안 돼?"...당신은 K꼰대입니다
- 아베 사망 보도에 웬 태극기? 조롱당한 미국 방송사
- 자전거 타다 실종된 대학생… 의문의 사진만 남았다
- [단독] '정조대왕함' 이달 말 진수…北 탄도탄 요격 차기 이지스함 첫선
- 윤 대통령·박지원, 국감·특검 귀한 만남… 결국 악연
- 우리는 왜 남의 연애에 열광할까...'연애 예능' 범람 시대
- 구멍 뚫린 아베 경호... 7m 다가가 총 겨눠도 제지 없었다
- "2년치 월세 줘도 외국인은 싫어"... 일본의 주거 차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