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논란' 사라지나.. 與野, 대통령·기관장 임기 연동제 공감
국민의힘 "취지엔 공감" 긍정
관련법 개정논의 탄력 붙을듯
여야 정치권이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연동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주요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의 임기와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부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에 따른 신-구 권력 간 충돌이 재연되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개선해보자는 취지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장관급 인사들과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압박하는 데 대해 "(문재인 정부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우리와 견해가 달랐다고 잘랐냐. 서로가 다르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과 맞추는) 제도를 만들지 않고 일방적으로 물러가라고 하면 물러가서는 안 된다"며 "임기제 공무원은 임기를 보장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 위원장은 지난달 감사원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정기감사를 벌인 사실을 두고도 비판했다. 그는 "감사원이 특정한 임기제 공무원 뒤를 파서 물러나게 하는 일에 앞장서서 되겠나"라며 "그러려고 만든 기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이 사퇴 요구에 반발한 것에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합의하면 제도가 되는 것이지 개인의 반발이 뭐가 중요하냐"면서도 "다만 이런 제도를 만들지 않고 물러가라고 하면 물러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공개적으로 거명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홍 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만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부 부처에서 산하 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력을 넣은 정황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작성해 2018년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받았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13개 기관장들에게 사직을 종용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장관 역시 비슷한 처지다.
우 위원장은 "전 정부를 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임기제 공무원을 이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프레임을 바꿔보고 있는 것"이라며 "원구성 협상이 끝나면 논의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의 공개 제안에 국민의힘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가 일치되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주장에 "취지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우리도 철학이 다른 공공기관장이 계속 (자리에서) 안 나가고, 또 문재인 정권 말기에 (알박기 인사로) 채워놓은 것을 비판해왔다"며 "(임기 일치) 부분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논의를 해보고 해야 한다"며 "(임기를) 무조건 일치시키는 게 아니라 중립성을 꼭 담보해야 할 기관은 임기대로 가야 한다. 모든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중 기관장 임기를 3년으로 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되, 임명한 대통령의 잔여임기에 따르도록 제한을 두거나 신임 대통령 취임 시 임기보장을 예외로 단서조항을 다는 방법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바뀌면 경제정책이나 안보정책이 바뀌는데 정책에 관계된 공공기관의 장이 대통령과 기조가 다르면 혼선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면서 "헌법으로 독립이 보장된 기구의 경우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하겠지만 정권 교체기에 공공기관장을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새로 인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미경·김세희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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