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12년만에 다시 헌재 법정 오른다..14일 존폐 공개 변론
1996년과 2010년엔 합헌
"존치.폐지 논거 충분..정치적 결단만 남아"
한국 사회의 주요 논쟁거리였던 사형제도 존치·폐지 문제가 12년 만에 헌법재판소 공개 법정에 다시 오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14일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41조와 250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 변론을 연다.
2018년 부모를 살해한 A씨가 이번 사건의 청구인이다.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A씨의 동의를 받아 2019년 2월 사형제 헌법소원을 냈다.
이번 헌법재판의 최대 쟁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기본 중의 기본 권리인 '생명권'을 박탈하는 게 합당한지를 따지는 문제다. 전선은 범죄자까지 포함하는 인간의 존엄과 정의 실현 사이에 형성됐다.
국가는 헌법 10조에 따라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보장해야 한다. 헌법 37조 2항은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제한할 때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는 범죄인을 도덕적 반성·개선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사회방위의 수단으로만 취급한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사형제가 다른 형벌에 비해 효과적으로 범죄를 억제한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고, 사형 집행 후 오판으로 드러나도 이미 사라진 생명을 되돌릴 수 없어 적절한 형벌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법무부는 "범죄 예방에 따른 공익의 실현 대상은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이라며 "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흉악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사형 선고·집행이 이뤄지는 것이라면 사형제가 달성하는 공익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맞선다.
또 형벌의 목적에는 응보(응징과 보복)도 있으므로 범죄 억지력이 통계에 의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형제의 의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럽 각국 등 사형제를 폐지한 대다수 국가가 재판기관의 결정이 아닌 헌법·법률 개정 방식을 택했다고 지적한다. 사형제를 없앨지는 헌재가 아닌 국민과 국회가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오랜 논쟁으로 존치론과 폐지론의 법리와 논거는 이미 발전할 만큼 발전한 상황이어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논리적으로 이길 수 없게 됐다"며 "정치적 결단만이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지
사형제도는 1953년 제정 형법부터 수십 년에 걸쳐 논쟁의 대상이 됐다. 헌재가 직접 위헌성을 따진 것만 1996년과 2010년 등 두 차례다. 현재까지 헌재는 사형제를 합헌으로 보고 있다.
1996년 헌재는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첫 합헌 결정을 내린다. 당시 헌재는 "인간의 생명이 자연적 존재로서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만, 이것이 서로 충돌하거나 생명 침해에 못지않은 중대한 공익을 침범하는 경우 국가가 '어떤 생명이 보호돼야 하는지' 규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필요악으로 선택된 사형이 아직 헌법 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사형 역시 결국 '제도적인 살인'이므로 필요성이 없어지면 위헌으로 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형제가 두번째로 심판대에 오른 건 2008년 이른바 '보성 어부 살인사건'을 심리하던 광주고법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다. 법원이 피고인의 위헌 주장을 받아들여 헌재의 판단을 구한 사례다.
헌재는 2010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재차 합헌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합헌 의견 재판관 5명 중 2명이 대상 범죄를 줄이거나 시대상을 반영해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입법부에 과제를 남겼다.
종교계와 인권단체들은 헌재가 7대2(1996년), 5대4(2010년)의 의견 변화를 보여온 만큼 이번 사형제 헌법재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거나 적극 검토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남석 헌재 소장과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모두 5명이다.
헌재는 "이번 변론을 사형제에 관한 헌법적 논의의 장으로 삼아 심판 대상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14일 공개 변론에는 청구인 A씨 측과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장관 측 참고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피 흘리며 쓰러진 아베…긴박했던 유세 현장
- 尹, `잘 못한다` 50% 육박…콘크리트 지지층도 돌아섰다
- ‘폭풍 SNS’ 박지현 또 폭탄발언…“이재명 지지자들, 날 아동성추행범으로 몰아가”
- "삼전, 참다참다 팔았는데 좀 더 버텨볼 걸"…개미들 후회하는 이유
- 황교익 폭탄발언 “윤석열은 문재인의 반만큼이라도 하고 비난하라”
- 이재명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이유는…지지층 확장 모색
- 7개 경합주가 승패 가른다…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
- 中企 94.7% `AI 활용 안 해`…도입 희망 고작 16.3%
- "이래도 저래도 불만"…`뜨거운 감자` 된 대한항공 마일리지 통합
- `AI 대확장` 개척하는 SK "글로벌 가치네트워크 중심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