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기술 무상이전 방침에 반발
일부 기업 "무상 이전" 요구에
과기부 "양측 동등 위치서 협상
기술료 산정·지급계획 확정할것"
정부가 '누리호'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발사체 사업을 할 민간 체계종합기업 선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합리적인 기술료 산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정부 예산을 들여 개발한 발사체 기술을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때문에 헐값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누리호 관련 기술이전 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무상 이전 조건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르면 이달중 입찰공고를 내고 오는 9월까지 항우연과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공동 주관할 민간 체계종합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체계종합기업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4회 반복 발사하면서 누리호 설계·제작·발사 관련 기술을 항우연으로부터 이전받게 된다. 정부는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항우연은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기업과 누리호 개발 전주기에 걸쳐 확보한 기술 및 노하우 이전 대상, 상세내용, 범위, 기술료 산정방식 등에 대해 협상을 벌여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발사체 개발 경험과 기술, 실적, 규모 등을 감안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력한 후보 기업으로 꼽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체계종합기업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한 달 간 항우연과 구체적인 기술이전 협상을 통해 양측이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며 "양측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여 기술이전 대상과 기술료 산정, 향후 기술료 지급 계획 등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이전은 기술 실시 후 기업 매출의 일정 비율을 기술료로 지급하는 경상기술료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무료 기술이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항우연 소속 한 직원이 온라인 앱에 "피땀 흘려서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KAI 및 한화에 무료 이전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연구소 입장에서 기술이전 비용은 상당히 큰 수입원 중 하나인데 나라가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글을 올려 '무상 기술이전 논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항우연에서 열린 '우주경제 비전 선포식' 이후 열린 비공개 기업 간담회에서 일부 기업이 항우연의 위성·발사체 기술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항우연 연구자들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항우연 연구자들은 누리호가 지난 12년간 1조9500억원이란 막대한 국가 연구개발비와 연구자들의 땀·노력으로 개발된 만큼 합당한 기술료 산정과 대가 지불을 조건으로 기술이전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TV찬조연설을 한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수당도 없이 초과근무를 하며 해외보다 적은 예산으로 개발한 누리호 연구자들에게 무상으로 기술이전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요즘 시대의 공정과 상식을 발휘한다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원자로 국산화를 이룬 원자력연구원 역시 1996년 원자력 사업을 강제로 민간에 이전하면서 한전에 기술을 통째로 빼앗겼다"며 "누리호 기술이전을 꼭 해야 한다면 이전 대가를 연구자에게 확실히 줘야 하고, 노하우가 최대한 증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우연 한 관계자는 "누리호 발사 성공의 기쁨도 잠시, 연봉이나 처우가 열악하다는 얘기가 오르내리면서 연구자들이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발사체 기술이전이 제대로 이뤄져 연구자들의 노고에 대한 포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기관 차원에서도 미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우주개발을 위한 연구비로 쓰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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