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안 내는 근소세.. 납세자만 부담 커지는 구조 개선

안용성 2022. 7. 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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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소득세 개편 검토
과세자 세부담 7년새 68% 늘어
근로자 중 면세자 700만명 넘어
물가상승률 반영해 과표 세분화
하위 과표구간 유지나 하향 추진
면세자 더 늘지 않게 조정할 듯
고물가로 서민들의 생활이 빠듯해진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채 10년 넘게 방치됐다는 지적을 받은 현행 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15년 만에 소득세제 개편에 나선 것은 ‘서민 월급쟁이’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2010년 이후 저세율 과표 구간(1200만∼8800만원)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물가와 임금 상승 등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가가 오르는데도 세금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나타난 ‘사실상 증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개편을 검토 중이다.

1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달 말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중·저소득층 과표 구간 조정을 포함한 소득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과표 구간 조정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2007년(2008년 시행)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고소득층의 과표 구간이 일부 추가되거나 세율이 조정되긴 했지만, 서민이나 중산층이 다수 포함된 1200만원 이하(세율 6%), 4600만원 이하(세율 15%), 8800만원 이하(세율 24%)는 과표 구간이 13년째 그대로 유지됐다. 물가가 오르는데도 세금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사실상 증세가 벌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A 근로자의 소득세 과표(근로소득 금액에서 각종 공제금액을 제외한 금액)가 4500만원에서 임금 상승 등으로 3%(135만원) 늘어나 4635만원이 됐고 그해 물가상승률이 3.0%였다고 가정하면 이 근로자의 실질 과표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물가 상승 분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는 월급이 오르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명목 과표는 증가했기 때문에 46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오른 24%의 세율이 적용된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변함이 없지만,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돼 결과적으로 증세가 되는 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질소득이 줄었는데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는 “실질소득에 변화가 없는 납세자의 경우 물가상승에 따른 명목소득 증가와 소득구간의 자동적 상승으로 세율이 증가한다”며 “담세 능력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증가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개편에서는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한번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007년 대비 31.4%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2007년 과표 개편 당시에도 정부는 과거 물가상승률(40∼50%)을 한 번에 반영하기엔 세수 감소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과표 구간(당시 1000만원·4000만원·8000만원)을 10·15·20%씩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과표 하위 구간을 세부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현 상태에서 과표를 일괄적으로 올리기만 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는 2013년 531만명에서 2014년 802만명, 2015년 810만명으로 증가했으며, 2019년(705만명)에도 700만명을 넘겼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9년 기준 36.8%에 달한다.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약 4명 가까이는 근로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과세 대상자 1인당 세 부담은 2013년 201만6000원에서 2019년 339만3000원으로 68.3% 상승했고, 실효세율은 4.5%에서 5.8%로 높아졌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사람만 더 많이 내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소득세 면세자를 지금보다 더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하위 과표구간을 현행(1200만원)대로 유지하되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안과 지금보다 낮은 하위 과표구간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하위 과표 구간을 새로 설치해 종전까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던 근로자들이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게 되면 조세저항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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