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장사 여전..주담대 낮췄지만 신용대출은 올려
신용대출 올려 '이자장사' 여전
◆ 왜곡되는 대출금리 ◆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인상폭이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을 비롯한 2금융권에 비해 최대 2배 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대출이자 인하 압박과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얽힌 가운데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리면서도 신용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올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또 올 들어 예금과 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한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 금리는 5월 기준 연 5.78%로 지난해 5월(3.69%)에 비해 2.09%포인트 인상됐다. 같은 기간 주담대 금리는 2.69%에서 3.9%로 1.21%포인트 올라 신용대출 금리 인상폭이 주담대의 약 2배에 달했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2금융권과 비교해서도 상승폭이 높았다. 농수축협 단위조합과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1.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또 다른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15.39%에서 14.7%로 오히려 0.69%포인트 줄었다. 올해와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부실 위험(리스크)이 높아져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이 이용하는 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더 많이 올라야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움직이는 흐름이 강해지며 대출 금리에 '왜곡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면서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는 잇달아 낮췄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크게 올려 예대마진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실적은 금리에 대출을 곱한 값인데 올 들어 전체 가계대출은 감소했지만 신용대출 위주로 금리를 올려 실적을 방어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대출상품 금리 인하조치는 17차례인 반면 신용대출은 3차례에 그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각각 주축 계열사인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8조9378억원이다.
[명지예 기자]
당국 눈치에 은행 금리정책 혼선
'이자장사' 비판 받은 시중은행
주담대 대출 인상폭 줄였지만
수요 줄어든 신규 상품에만 집중
신용대출 금리 1년새 2.09%P '쑥'
잔액 기준 예대마진 0.13%P 커져
고객들 "이자경감 효과 못 느껴"
우리은행은 극히 일부 계층(신용 9~10등급)에게만 적용되던 고정금리 상품의 주담대 금리 상한선을 지난달 20일 7.16%에서 같은 달 25일 6.19%로 일주일 만에 0.97%포인트나 내렸다. 신한·NH농협은행 역시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일괄 인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는 대부분 금리 평균값 이하로 받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주담대는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도 신용대출 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 등 예금은행의 일반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금리는 5월 말 기준 연 5.78%로 지난해 5월 3.69%에 비해 2.09%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2금융권인 상호금융이 신규 신용대출 금리를 1.02%포인트 올린 것에 비해 인상폭이 두 배에 달한다. 또 다른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5.39%에서 14.7%로 오히려 0.69%포인트 감소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대출금리 인하는 물론 수신금리 인상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규 취급액 대상 수신금리 인상도 대부분 일반가정이 이용하기 힘든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시장형 금융상품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시장형 금융상품 가중평균금리는 5월 연 2.3%로 지난 1월(1.68%)에 비해 0.62%포인트나 올랐지만 순수저축성예금상품의 가중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0.31%포인트 인상되는 데 그쳤다. 명지예·문재용 기자
최근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이 고신용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신용등급 1~2등급 대출자에게 올해 5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였다. 이는 1년 전(연 2.96%)과 비교하면 1.0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반면 신용등급 3~4등급 차주에 대한 동일 기간 주담대 평균 금리 상승폭은 0.99%포인트로 고신용자보다 오히려 0.05%포인트 낮았다. 이 은행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등급 1~2등급 차주의 연간 대출금리 평균 오름폭은 1.05%포인트로 신용등급 3~4등급(1.58%포인트)보다 낮았다. 신용대출은 저신용자 대출금리를 상대적으로 더 올리면서도 주담대는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리는 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도 신용등급 5~6등급 차주의 지난 1년간 주담대 평균 금리 상승폭(1.22%포인트)이 신용등급 1~2등급 고신용자의 연간 오름폭(1.23%포인트)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출금리 오름폭이 신용등급에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주담대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른 가산금리 격차를 작게 두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탓에 개별 차주의 은행 실적에 따른 우대금리 폭 때문에 대출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이외에도 주담대는 담보물 종류(아파트, 빌라 등)에 따라 대출금리가 다르게 산정될 수 있어 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대출금리가 낮게 산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이자 장사' 비판을 피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폭 조절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정책의 주요 대상이 어려운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있다고 판단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의 금리를 더 깎아주는 정책을 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신용등급 3~4등급 대출자에 대한 우대금리를 신용등급 1~2등급 대출자보다 각각 0.02%포인트, 0.07%포인트 높게 부여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공시는 해당 월 신규 취급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출구조상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의 이익은 늘어나게 된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이자 장사'라고 칭하면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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