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혈압약·운동·술  3가지 겹치면 '저혈압' 위험

권대익 2022. 7.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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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하는 Y(59)씨는 얼마 전 주말 고교 동창들과 근교 산에 올랐다.

평소 고혈압으로 혈압약을 복용하는 그는 그날 아침에도 약을 챙겨 먹었다.

그런데 더운 여름날 아침에 혈압약을 복용하고 낮에 기온이 오른 상태에서 운동하고, 술까지 마시면 4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는 경우가 있다.

더운 날 운동하다가 저혈압 증상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운동해야 한다면 의사와 상의해 혈압약 복용 시각을 운동이 끝난 후인 오후~저녁으로 늦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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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을 하는 Y(59)씨는 얼마 전 주말 고교 동창들과 근교 산에 올랐다. 평소 고혈압으로 혈압약을 복용하는 그는 그날 아침에도 약을 챙겨 먹었다.

날씨는 더웠으나 친구들과 땀 흘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올랐다. 한 친구가 막걸리를 배낭에서 꺼냈다.

산행 중 술이 위험하다는 말이 기억났지만 친구들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어서 오이를 안주 삼아 두 잔을 연거푸 받아 마셨다.

잠시 쉬었다가 일어나는 순간, Y씨는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과 함께 주저앉을 뻔하다가 겨우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당황한 친구들이 Y씨에게 “하산하는 데 괜찮겠냐?”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답했지만 하산길이 더 조심스러웠다.

평소 혈압약 복용 덕분에 Y씨의 혈압은 정상인 120/80㎜Hg 안팎으로 잘 조절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을까? 혈압약 외에도 혈압을 낮추는 요소들이 있는데 더위, 운동, 술 등이다.

날씨가 더우면 혈압은 내려간다. 그래서 여름에는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이 상대적으로 잘 조절된다. 운동과 술도 혈압을 떨어뜨린다. 높은 기온과 운동, 술 모두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춘다.

그런데 더운 여름날 아침에 혈압약을 복용하고 낮에 기온이 오른 상태에서 운동하고, 술까지 마시면 4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혈압이 순간적으로 뚝 떨어져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저혈압 증상을 심하게 겪지는 않지만, 일부는 기립성 저혈압과 비슷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앉았다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지는 것이다. 기립성저혈압의 증상인 두통, 목이 뻣뻣함, 전신무력증, 어지럼증, 현기증, 소변이나 대변이 마려운 느낌 등이다.

여름철 4가지 요인이 겹친 저혈압을 경험한 사람들의 말도 “무척 어지러웠다” “핑돌았다”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다” 등으로 기립성 저혈압과 비슷하다.

고혈압 환자들은 주로 겨울에 혈압이 높아지는 것만 걱정하는데, 여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단지 혈압이 높기만 한 게 아니라, 혈압 변동 폭도 크다. 즉 혈압이 너무 높아지거나 너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고혈압 환자들은 ‘건강한 여름 나기’를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과음은 반드시 피해야 하며, 특히 산행 등 운동할 때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도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장시간 서 있거나 걷지 말고 중간에 반드시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혈압약이 아닌 일부 약물 중에서도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약물이나 건강기능식품 등도 확인해봐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이 끈적해져 혈전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더위 속에 있다가 찬물에 바로 들어가서는 안 되며, 찬물 샤워도 피하는 것이 좋다.

더운 날 운동하다가 저혈압 증상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운동해야 한다면 의사와 상의해 혈압약 복용 시각을 운동이 끝난 후인 오후~저녁으로 늦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임의로 혈압약 복용을 건너뛰면 안 된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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