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인플레 따른 자동증세 차단"
고물가로 실질소득 줄고 세부담 가중
저소득·중산층 과표구간 상향 검토
이달말 세법 개정안서 발표 예정
면세자 비중은 늘리지 않을 방침
정부가 15년 만에 변동이 없는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손질을 검토하고 있다. 물가는 치솟는데 과표 구간이 고정돼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커진 점을 고려한 것이다. ★본지 6월 8일자 3면 참조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소득세 개편안을 이달 말 세법 개정안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 대상의 과표 구간을 상향 조정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과표가 고정돼 있다 보니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임금이 제자리거나 줄더라도 명목소득 증가에 따라 더 높은 세율 구간에 편입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사실상의 ‘인플레 증세’를 막기 위한 조치다.
현행 소득세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대부분이 속한 1200만 원 이하, 4600만 원 이하, 8800만 원 이하, 8800만 원 초과 등 4개의 과표 구간으로 이뤄진 큰 틀을 2008년부터 유지하고 있다. 과표 구간이 올라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형태다. 이후 8800만 원 초과분에 대한 과표 구간을 세분화했지만 8800만 원 이하 구간은 14년째 변동이 없다.
문제는 물가 상승으로 명목소득만 늘어도 납세자의 소득이 더 높은 과표 구간으로 밀려 올라가게 된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질소득은 그대로 인데 더 높은 세 부담을 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령 2010년 세전 연봉 4500만 원을 받던 근로자가 2021년에 연봉 5500만 원을 받은 상황을 가정해보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근로자의 명목소득은 22.2% 늘었지만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8.7%)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공제 혜택을 전혀 못 받을 경우 명목소득이 과표 기준인 4600만 원을 넘어선 탓에 적용되는 세율은 15%에서 24%로 치솟는다. 유리알 지갑인 봉급생활자를 상대로 증세한 효과지만 이런 실태를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정부가 과표 손질을 외면하면서 사실상 증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에 따르면 소득세 규모는 2008년 36조 4000억 원에서 지난해 114조 1000억 원으로 3배 넘게 불었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4% 늘었다. 경제 성장세에 비춰 과도한 세금을 걷었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만 “세수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과표 구간 문제도 있지만 근로자 수가 늘어나면서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늘어난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해묵은 과제를 이제야 손질하려는 데는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6%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휴가철 수요 증가로 물가상승률이 7~8%대까지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가파른 물가 상승분은 근로자의 명목임금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표 구간을 서둘러 손질하지 않으면 중산층 이하 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다만 이번 개편에서 그간의 물가상승률을 한번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과표 개편 당시에도 정부는 과거 물가상승률을 한번에 반영할 경우 세수 감소 효과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과표 구간을 10·15·20%씩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정부는 그러나 과표 구간을 상향 조정하더라도 면세 대상이 현재보다 더 늘어나지는 않도록 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면세자 비중은 37%나 된다. 현 상태에서 과표를 일괄적으로 올리면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세원은 넓게, 세율은 낮게’라는 조세원칙에 위배되고, 면세자의 무임승차 의식도 부추겨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정부 안팎에서는 하위 과표 구간을 현행(1200만 원)대로 유지하되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안과 지금보다 낮은 하위 과표 구간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이 개편안으로 거론된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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