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저격범 "어머니 파산시킨 종교단체와 관련된 걸로 생각"
종교단체 '아베 영상'으로 연관 짐작
해당 종교 일본 확산 도왔다고 생각
통일교 "어머니 과거 통일교 신자
지금은 아니다" 적극 반박
첫 발사후 두번째 총성까지 3초
신속대응 못한 '경호 부실' 논란
장례는 12일 가족장으로 진행
10일 NHK·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아베 전 총리의 저격 현장(나라시)에서 체포된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아베의)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며 "어머니가 (특정 종교단체의) 신자이고 많은 액수를 기부해 파산했는데,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는 원한을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아베가 (종교단체에) 보낸 영상메시지를 보고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종교단체의 톱(지도자)을 살해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접촉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한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가 이 종교의 일본 확산을 도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종교단체는 해외에서 설립된 것으로, 인터넷상에는 이 단체 대표들이 설립한 민간활동단체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보낸 메시지가 올라가 있다.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이 종교단체의 신자였으며, 남편에게 건설회사를 물려받았으나 2009년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의 모친은 2002년 파산했다.
야마가미는 2002~2005년 해상자위대에서 임기제 자위관으로 일했고 2020년부터는 교토의 창고에서 지게차 운전을 했으나 올해 5월 퇴직해 현재는 무직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직접 만든 총을 사용한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오전 11시 30분께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인근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중 범인이 쏜 총에 맞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오후 5시 3분 과다 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일본의 경비 관련 전문가들은 "미심쩍은 물건을 소지한 인물이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올 수 있게 한 경비 배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첫 번째 총소리가 나고 두 번째 총성이 울릴 때까지 3초의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아베 전 총리를 넘어뜨리는 등 두 번째 총탄을 피하기 위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경호의 구멍으로 비판을 받는다.
유세 경비의 책임자인 오니즈카 도모아키 나라현 경찰본부 본부장은 "경호·경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사용한 총은 캡슐에 탄환 여섯 발을 넣어 한 번에 발사하는 일종의 '산탄총' 형태로 보인다. 총성이 두 번 울렸으니 탄환은 총 12발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전 총리로부터 20m가량 떨어져 있던 선거 차량에서도 탄흔으로 보이는 구멍이 발견됐다. 사제총의 길이는 약 40㎝, 높이는 20㎝로 옷 속에 숨길 수 있지만, 경호인력들이 자세히 봤다면 눈에 띌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유해는 지난 9일 나라현립의대 부속병원을 출발해 도쿄에 있는 집으로 운구됐으며, 장례는 12일 도쿄 미나토구의 사찰인 조조지에서 가족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상주는 아베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맡을 예정이다. 아베 부부는 자녀가 없다.
정부와 자민당은 추후에 합동장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가 피격된 현장 주변에 마련된 헌화대에서는 추모객이 수백 m 줄을 서기도 했다.
한편 세계통일가정연합(통일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통일교 신자였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와 일본 본부에 확인해보니 예전에 한때 통일교 신자였던 적이 있었고, 지금은 교회를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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