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스리랑카..도망친 대통령, 결국 사임

이동인 2022. 7. 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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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경제정책 실패 이어
코로나·인플레 덮쳐 민심 폭발
시위대 수천명 대통령궁 점거
17년독재 라자팍사 가문 쫓겨나
국가 부도가 발생한 스리랑카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점거한 뒤 10일(현지시간) 관저 내 침대에 누워 있다. 전날 대통령 집무동 인근과 거리에서는 수천 명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13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시위대가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집무동으로 몰려들기 직전에 대피했다. [AFP = 연합뉴스]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대통령이 물러나기로 했다. 정국 혼란으로 510억달러(약 66조원) 디폴트를 선언한 후 국제통화기금(IMF)과 진행하고 있는 구제금융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국회의장에게 오는 13일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는 의원 중 한 명을 30일 이내에 새 대통령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이러한 결정은 수천 명의 시위대가 국가 부도 사태를 만든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통령 집무동과 사저를 점령한 뒤 나왔다.

2005년부터 스리랑카 정계를 장악해온 라자팍사 가문의 고타바야 대통령이 싸늘한 여론에 밀려 불명예 퇴진을 선택했다. 이 가문의 통치는 고타바야 대통령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가 2005년 대통령에 오르며 시작됐다. 이후 2014년까지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집권 당시 마힌다 전 대통령은 강권 통치와 인권 문제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2015년 1월 3선에 실패해 독재도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21일 '부활절 테러'로 이 가문은 복귀했다. 수도 콜롬보 시내 성당과 호텔 등에서 폭탄이 터져 26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정부는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다수 불교계 싱할라족을 중심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여론이 강해지며 그해 11월 대선에서 고타바야 대통령이 승리했다.

재집권한 후엔 경제위기가 닥쳤다. 테러와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 수입이 급감하고 외환보유액이 바닥났다. 스리랑카는 연료, 식량, 의약품 부족 등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경제 재앙을 겪고 있다. 특히 스리랑카는 친중 정책으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며 막대한 돈을 빌렸지만, 사업이 성과를 못 내고 빚더미에 오르면서 국민의 원성을 샀다.

결국 정권 퇴진 요구가 거세졌고 마힌다는 지난 5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내각에 포진해 있던 이 가문 출신 장관 3명도 모두 사퇴했고 이날 고타바야 대통령마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스리랑카는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 인도와 채무 조정에 나서고 있다. 미국도 스리랑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스리랑카에서 장기적인 경제 안정을 달성하고 국민의 불만을 해결할 방안을 신속히 파악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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