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동정표' 효과 본 기시다..당분간 온건파 색깔내기 어려울듯

김규식 2022. 7.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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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후 일본정책 방향은
125석 선출..자민당 과반 전망
3년간 대형선거없어 국정 안정
조문선거 국면 '동정표' 덕본셈
아베파결집 파워게임 가능성도
막후실세 역할 아베 부재 불구
기시다, 당내 보수파 눈치볼듯
방위비증액등 동력상실 의견도

◆ 일본 참의원 선거 ◆

일본 참의원 선거가 열린 10일 자민당사에 일본 국기가 조기 게양된 가운데 한 남성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자민당의 참의원 후보들의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나라시에서 자민당 선거 지원 유세 중 피살됐다. [AFP =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면서 향후 당내 기반을 좌우할 수 있는 참의원 선거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총격 사망 이후 이틀 만에 진행됐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와 아베 전 총리의 사건 등을 감안할 때 여당인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이 무난히 과반을 유지하며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선거 승리는 헌법 개정과 방위비 확대 등 자민당의 공약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베 전 총리의 사건으로 보수세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중장기적으로는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향후 국정 운영에서 힘을 받고 자신의 색채를 좀 더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번 선거의 결과에 아베 전 총리의 사건이 '동정표·보수결집' 등을 통해 변수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 단기간에 당내 보수의 영향을 받았던 그간의 정책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

일본의 상원 격인 참의원에 대한 선거가 10일 실시돼 선거구·비례대표를 합쳐 참의원 정원(248석)의 절반인 125석(보궐 1석 포함)의 당선자를 가렸다. 참의원의 임기는 6년인데, 3년에 한 번씩 전체 의석의 절반에 대한 선거를 진행한다. 이번 선거에는 자민당 등 9개 정당과 무소속 등에서 545명이 입후보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의석을 무난히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의 공약으로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내걸고 있는데 개헌에 찬성하는 4개 당(자민·공명·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이 개헌 발의요건을 충족하는 전체 의석 3분의 2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신문의 이달 여론조사에서 새로 뽑는 125석 가운데 자민·공명당이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의석은 최소 63석, 최대 80석으로 예상됐다. 자민당의 경우 55~65석(요미우리), 56~65석(아사히), 53~66석(마이니치) 등으로 예측됐다. 공명당은 10~15석(요미우리), 12~15석(아사히), 10~14석(마이니치)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다.

임기 3년이 남은 여당 의석수는 70석(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이다. 3사의 여론조사에 기초하면 선거 후 여당 의석수는 133~151석이 될 것으로 보여 선거 후 참의원에서 과반(125석 이상) 유지가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선거 전 여당의 참의원 의석수 139석(자민당 111석, 공명당 28석)과 비교해도 의석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는 여당의 과반 유지를 승패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자위대 명기를 비롯한 헌법 개정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 이상 염두에 두고 증액 △적기지 반격(공력) 능력 보유 △안전이 확인된 원전 최대한 활용 등을 내세웠다. 당초 선거 승리는 이 같은 정책들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보수의 중심이던 아베 전 총리의 부재가 향후 논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당내에서는 방위비 증액이나 적기지 반격 능력 등에 대해 신중한 목소리를 내는 세력도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국가안보전략 개전 등 논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고 산케이신문은 아베 전 총리의 부재로 개헌과 방위력 강화의 추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내각이 같은 달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데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당내 입지가 좀 더 탄탄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기시다 총리에게는 앞으로 3년간 대형 선거가 없는 이른바 '황금의 3년'이 열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보수의 구심점으로 자민당의 최대 파벌(아베파, 의원 94명)을 이끌며 기시다 내각의 국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아베 전 총리가 피습 사망하면서 돌발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기시다 총리가 장기적으로는 당내 기반을 강화하고 목소리를 높여나갈 수 있지만 당장 자신의 색깔을 강화하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선거 결과에 아베 전 총리 사건에 따른 '동정표·보수 결집' 효과가 작용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아베 전 총리 사건에 따른 '조문 선거' '동정표' 등의 효과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에 자민당 내에서 이번 선거의 성과가 오롯이 기시다 내각의 성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중장기적으로는 당내 기반을 강화하고 조금씩 목소리를 키워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간에 당을 장악하고 크게 목소리를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기존의 정책이나 공약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 당내 보수세력을 계속 감안하면서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선거 중 총재가 사망했던 과거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동정표나 보수 결집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안보, 물가 안정과 엔저, 코로나19 관리, 에너지 정책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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