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단기 회복은 지나친 낙관"

김규식,김성훈 2022. 7.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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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후 양국관계 4인 진단
양국 불신 깊고 여론도 안좋아
'亞중시' 기시다 목소리 내기엔
징용배상 문제 등 장애물 산적
민관협의회로는 개선 역부족
정상회담 개최해 신뢰 회복을

◆ 일본 참의원 선거 ◆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의 참의원 선거 승리가 단기적으로 한일관계의 전환점을 만드는 수준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한일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양국의 여론이 충분하게 조성되지 않았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사망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제시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을 두고 한일 국교정상화(1965년)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을 서둘러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하고 한국 측이 대안을 제시할 경우 일본 측이 이를 전향적인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참의원 선거 결과에 아베 전 총리 사건의 영향이 반영됐을 수 있는 점이나 우파 설득을 위한 구심점(아베 전 총리)이 사라진 것 등을 감안하면 일부의 예상처럼 한일관계에서 기시다 내각의 입장이 단기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한국에서도 지지율이 낮아진 새 정권이 단기간에 일본이 관심을 가질 (징용배상 판결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미야 교수는 "한일 관계는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국제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해 양국 신뢰를 회복하고 현안을 논의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기시다 총리도 한국에 차가운 자민당과 여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일본이 한국의 손을 덥석 잡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기대"라며 "아베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정치적 유산은 남을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일 공동기금 조성 등 이른바 '대위변제'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단단한 기구, 조직을 만들어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기시다 총리가 참의원 선거 승리와 보수의 정책개입 약화 등을 바탕으로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강화하고 한일관계 개선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자민당의 기존 노선·정책을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대위변제 방식을 비롯해 한국이 민관협의체를 통해 마련한 제안을 내놓는다면 일본 정부도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정상회담 등에 나서야 한다"며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담을 통해 신뢰를 해복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무색무취한 기시다 총리의 성향을 '친한(親韓)'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법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가감없이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도 "(지금과 같은) 민관협의회로는 부족하다"면서 "대통령실 내에 대일정책조정관이라든지, 적어도 4강 외교에 대한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포스트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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