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경력은 능력 있다는 증거"..'신의 직장'도 5년 안 돼 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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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비슷한 시기 주요 대기업이 전형을 진행한 채용 분야다.
자동차·배터리·정보기술(IT) 등 업종에 관계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테크 인력을 뽑은 것이다.
동종 업계 이직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최근 이직 시장에서는 업종 파괴 현상이 눈에 띈다고 채용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새로 시작하는 분야의 생소한 업무를 기존 인력이나 외주에 맡기는 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사업 진출이 증가할수록 경력직 채용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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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직원 근속연수 4.9년
1년 만에 퇴직 시기 1.4년 줄어
2030, 경력 관리·高연봉 좇아
최근 '업종 파괴 이직' 두드러져
"회사 성장보단 개인 성장이 중요"
‘모빌리티 시스템 제어용 AI(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현대자동차) ‘빅데이터 분석 및 지능화 스마트팩토리 구축 업무.’(LG에너지솔루션) ‘데이터 엔지니어 및 사이언티스트.’(카카오)
지난달 비슷한 시기 주요 대기업이 전형을 진행한 채용 분야다. 자동차·배터리·정보기술(IT) 등 업종에 관계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테크 인력을 뽑은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년 새 2000여 명을 채용했는데, 이 중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이 가장 많다.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IT회사에서 일하다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직한 한 직원은 “배터리 회사에 취직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이직 시장 내 업종 구분 파괴 양상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평생직장’은커녕 ‘평생업종’마저 파괴된 전방위 이직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전 업종의 디지털 전환과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이 테크 인력을 중심으로 경력직 이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5년도 안 되는 카카오 근속연수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4.9년으로 5년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2020년 카카오 직원들은 평균 6.3년 근무했는데 1년 만에 퇴직 시기가 1.4년 단축됐다. 선망의 직장인 카카오에서조차 직원들이 5년도 채 안 돼 이직한다는 뜻이다.
특히 20대 직원들의 이직이 크게 늘었다. 카카오의 30대 미만 직원은 2020년 625명에서 지난해 986명으로 58% 늘었는데 이 연령대의 자발적 이직자는 37명에서 143명으로 약 4배로 급증했다. 네이버의 20대 이직자도 같은 기간 34명에서 54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동종 업계 이직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최근 이직 시장에서는 업종 파괴 현상이 눈에 띈다고 채용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국내 대형 IT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 등 이종 업계에서 경력직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다. 한 IT기업 채용담당자는 “현대차 또한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올드한 기업이 아니다”며 “현대차가 주도하는 전기차나 로봇은 2030 개발자들에게도 충분히 관심을 끄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산업 격변기를 맞은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도 업종 간 이직이 늘어나는 이유다. 최근 데이터 기반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국내 한 화학회사는 플랫폼 기업에서 8년 일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새로 시작하는 분야의 생소한 업무를 기존 인력이나 외주에 맡기는 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사업 진출이 증가할수록 경력직 채용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즘은 잦은 이직 경력=능력”
직원들의 인식 변화도 ‘이직의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에서 과장급으로 일하던 30대 한 직원은 최근 쿠팡으로 이직했다. 연봉을 더 올려주겠다는 제안에 ‘영원한 삼성맨’이라는 딱지를 포기한 것이다. 이 직원은 “주변 동료들의 이직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평생직장은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며 “워라밸 또는 높은 연봉을 찾아 언제든 움직이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과거엔 회사 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는 조직문화가 있었다면 요즘은 개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고 토로했다.
이직 직원을 받아들이는 기업들의 태도도 변화하는 추세다. 과거엔 이직이 잦은 이력서를 보면 눈살을 찌푸렸지만 최근엔 ‘능력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동시에 고민도 늘었다. 한 대기업 채용 담당자는 “인력 한 명을 키우는데 유·무형의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며 “최근 임금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는 건 조금 더 올려줘서라도 잡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한신/선한결/정지은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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