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임신부, 다인용차선 위반 딱지에 "태아도 사람" 주장..임신중단권 폐기 혼란

노정연 기자 2022. 7.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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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단권 운동가들이 7월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대로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 폐기 판결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에서 홀로 운전하던 임신부가 다인용 차선에서 교통 딱지를 끊기자 태아도 사람이라며 범칙금 납부를 거부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텍사스주 고속도로에서 다인탑승차랑(HOV)차선을 운전하다 범칙금 고지서를 발급받은 32세 임신부 브랜디 보튼의 사례를 소개했다.

보튼은 임신 34주 차이던 지난달 29일 텍사스주 댈러스 센트럴 고속도로에서 2인 이상 탑승 차량만 지날 수 있는 HOV 차선으로 달리다 교통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검문 경찰이 보튼에게 다른 사람이 같이 타고 있냐고 묻자 보튼은 “두 명이 타고 있다”며 자신의 배를 가리킨 뒤 “여기에 여자아이가 있다”고 대답했다.

보튼은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폐기 판결에 따라 뱃속 태아도 승객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보튼에게 215달러의 범칙금을 고지했다. 텍사스는 형법상으론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지만 교통 법규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보튼은 텍사스 주법이 태아를 규정하는 것에 일관성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달 말 예정된 심리 때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임신중단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주다. 2021년부터 6주 이상의 태아를 생명으로 간주해 이 시기 이후 임신중단을 금지했으며, 이번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폐지 판결과 동시에 임신중단을 즉각 금지할 수 있도록 한 ‘트리거 조항’을 가지고 있다.

태아가 출산 전에 생명으로 간주된다면 도로에서 승객으로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보튼의 주장이다. 그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임신중단권 옹호론자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보튼의 사례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 미 전역에서 임신중단권 관련 논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을 끈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은 1973년 이후 임신 24주까지 임신중단권을 보장해온 기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파기하고 각 주로 결정 권한을 넘겼다.

댈러스 항소 전문 변호사 채드 루백은 “보튼의 주장은 매우 창의적이지만 텍사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보튼의 창의성에 대해 보상해 줄 판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결 후 대책 마련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8일 임신중단권 및 사생활 보호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보건복지부가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낙태 약품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조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임신부와 유산을 경험한 여성을 위한 긴급 의료 접근권을 보호하고, 피임약 접근권 확대, 산아제한과 피임 관련 무료 상담 보장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민감한 건강 관련 정보의 이전 및 디지털 감시 우려와 관련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임신중단을 위해 다른 주로 여행하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하이오 주에서 임신중단를 시술을 받지 못한 10세 강간 피해 소녀의 사례를 강조하며 임신중단권 보장을 위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와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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