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허준이 교수가 여자였다면 [2030 미디어 리포트]
"서울대 박사인 아내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필즈상"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 태생으로는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그의 미국 국적으로부터 비롯됐습니다. 허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2살 때 귀국해 초·중·고 시절을 모두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 전 한국 국적을 포기했고, 줄곧 미국인으로 살았습니다.
이를 놓고 SNS상에선 2030 남성을 중심으로 그의 병역 문제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허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군대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허 교수의 나이는 39세로, 필즈상을 수상하기 위한 나이 제한인 '40세 미만'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습니다. 통상적인 군 복무 기간이 2년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그가 군대에 갔다 올 경우 41세로 필즈상 수상이 불가능한 나이가 됐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2030 남성들 사이에서는 "허 교수가 군대에 갔다 왔으면 필즈상을 받지 못했을 것" "나도 '탈한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한 이후 허 교수는 공부를 이어 나갔지만, 김 박사는 두 아이를 출산하면서 육아로 인해 공부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경단녀'가 된 것이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2030 여성들 사이에서는 "(필즈상 수상이) 축하할 일은 맞지만 씁쓸해진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물론 이 같은 이대남·이대녀의 반응이 100%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령 허 교수의 주요 업적 중 하나인 로타 추측 증명은 2017년에 이뤄졌습니다. 필즈상을 수상하기까지 무려 5년의 세월이 지난 것이죠. 필즈상 수상자 대부분이 40세가 임박한 사람이고 시상식 때마다 4명이 공동 수상을 해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군대에 갔다 왔으면 필즈상을 못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은 꽤나 과장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논란에서 배울 점은 있습니다. 누군가의 커다란 성취에는 반드시 주위의 도움과 희생, 그리고 적잖은 운이 따랐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성공한 이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되,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도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이들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한국에서도 군필 남성과 두 아이의 엄마 중 필즈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봅니다.
※ 2030 미디어 리포트는 이른바 'MZ 세대'에 해당하는 인터넷 이용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내용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각종 밈(유행어)과 짤방(유행하는 사진), 그 안에서 엿볼 수 있는 2030 세대의 생각을 다룹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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