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임명 기관장들 물러날까.. 우상호 "임기 '즉각 중단' 검토" 발언 배경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거취를 두고 여야간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연동되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문재인 정권 초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장들로부터 사표를 받았다는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전 정부 윗선까지 조준하자 합의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와 기자단감회를 통해 여권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원론적으로 보면 저는 대통령과 주요 기관의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어떤 자리든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철학과 노선을 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부기관을 짜는 것은 맞다”며 “그런데 임기가 자꾸 불일치하고 이에 따라 거취 논란이 반복돼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박홍근 원내대표에게도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한번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적용대상이 될 임기제 공무원 대상을 분명히 정한 뒤 이들의 임기를 2년 6개월로 맞춰 대통령이 취임 초에 한번, 집권 후반기 들어가며 다시 한번 임명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앞서 국민의힘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 전 정부 임명 공공기관장들에 사퇴를 압박한 데 대해 “(여당이) 한편으로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면서 한편으로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 청와대와 정부, 여당 쪽에서 (공공기관장을) 추천하고 함께 일을 하고,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기관장 임기도 종료시키는 것이 맞다.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를 대통령과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제도개선의 문제이지 사법적 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 위원장은 이번엔 구체적인 협상 조건을 더했다. 그는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고발하고 감사원 감사해서 쫓아낼 것이냐”라며 특히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를 맞추는 것에 대한 지혜를 모으고 합의되면 특별법을 통과시켜, 필요하면 우리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도 임기를 즉각 중단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논의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임기제 공무원들이 조기 퇴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현재 사퇴 압박을 받는 공공기관장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이다. 홍장표 KDI 원장과 황덕순 노동연구원장은 최근 사임했다.
우 위원장이 임기가 남은 전 정권 임명 인사들에 대한 ‘조기 퇴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최근 검찰이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수사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근 주요 수사를 담당하는 자리에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을 배치했으며,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관련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박상혁 민주당 의원에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면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우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법률적으로 (임기 일치가) 가능한지, 위헌 소지는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만일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문재인 정부 때 이 문제로 고소·고발이 된 사람들의 문제도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면 ‘알박기’ 논란의 중심에 선 기관장들의 임기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단서 때문에 여당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찬가지 이유로 민주당 내부 반발 가능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우 위원장은 “저희가 임명한 임기제 공무원들이랑 논의한 건 아니다”라며 “아직 추진된 내용은 없고 원구성이 되면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 힘은 “기본 취지는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우리도 철학이 다른 공공기관장이 계속 (자리에서) 안 나가고, 또 문재인 정권 말기에 (알박기 인사로) 채워놓은 것을 비판해왔다”며 “(임기 일치) 부분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성급하게 진행할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임기를) 무조건 일치시키는 게 아니라 중립성을 꼭 담보해야 할 기관은 임기대로 가야 한다”며 “모든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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