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모색' 이준석 '세력 강화' 친윤계..與 폭풍전야

최동현 기자 2022. 7. 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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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李 지우기' 서두르며 권한 확대..친윤계 '포스트李' 고삐
與, 11일 의총 '수습 방안' 논의..李, 버티기? 후퇴? 첫 일성 주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민의힘 '권력 투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는 "사퇴는 없다"며 반격 카드를 모색 중이고, 친윤(친윤석열)계는 '차기 지도부 체제'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헌정 초유의 당대표 중징계 사태에 대한 당내 여론이 백가쟁명식으로 분출할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여권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는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은 뒤 사흘째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에 출석해 자신의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뒤 기자들을 만난 것이 마지막 공개 행보였다.

대신 '여론전'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중징계 처분을 받은 직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면서 "징계 처분권 자체가 당 대표에게 있다. (윤리위 징계 사유가)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불복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2030세대 '우군 당원' 가입을 유도하는 여론전도 벌였다. 그는 8일 오전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고 "한 달에 당비 1000원 납부 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돼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윤리위 징계 결정 후 첫 메시지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청년 당원'을 늘려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튿날(9일)에는 페이스북에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주제곡인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노래는 '달은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무얼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등 가사를 담고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공천 파동'을 겪고 노원병에서 낙선한 뒤 당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이 노래를 띄운 바 있다. 자신에 대한 폭로의 배후에 친윤계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던 만큼, 해당 노래를 통해 당내 주류 세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친윤계는 '이준석 지우기'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권성동 원내대표 겸 직무대행은 윤리위 징계안이 나온 지 5시간여 만에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선포했고,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외곽 지지모임을 재개했다. 잠재적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12일 당정 연계 토론 모임인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모임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11일 이준석 대표의 불참을 전제로 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다. 그는 지난 8일 비공개 최고위를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나 "매주 월요일 최고위를 개최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효력은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당 대표 직무대행인 제가 회의를 주재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음을 명시적으로 밝힌 셈이다.

그는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 처분권은 당대표에게 있다"며 불복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윤리위의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 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그 권한은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당원권 효력 정지는 이미 발생했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11일 최고위에 불참할 것으로 전해진다.

친윤계는 '이준석 징계위'를 기점으로 세력화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장제원 의원은 전날(9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외곽 지지모임 '여원산악회'의 재개 소식을 알렸다. 이 모임은 버스 23대를 동원해 지지자 1100여명이 모인 대규모 행사로 치러졌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달 27일 당내 의원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을 재개한 바 있다.

안철수 의원은 12일 당·정 연계 토론 모임인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를 발족한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도 13일 자신이 주도하는 당내 공부 모임 '혁신24 새로운미래'의 두 번째 세미나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날 "대표로서 개인의 과거 문제로 촉발된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도리"라며 이 대표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징계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대표실에 불이 꺼져 있다. (공동취재) 2022.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장고를 끝낸 후 첫 일성이 여권 내홍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리위 징계안이 나오기 전까지 잠잠했던 당내 여론이 11일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분출하면 당내 분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의 징계에 대한 수습 방안을 논의한다. 이 대표의 직무 정지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임시 전당대회 개최' 혹은 '조기 전당대회 적절성' 등이 핵심 논의 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초선·재선·중진 등 선수별 모임도 잇달아 열려 총의를 모을 예정이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총의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별도의 안건 상정 없이 자유롭게 의사 개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리위 징계를 놓고 찬반이 대립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114명의 의견이 단일하면 공산주의 아니겠나"라면서도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전체 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일보 후퇴'를 결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비위 의혹으로 정치적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만큼, 당장 대표직 복귀를 고집하기보다 향후 재기를 노리는 그림이다. 윤리위 재심에서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적고,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5선 중진 출신의 홍준표 대구시장은 잇달아 메시지를 올려 이 대표에게 '자중'을 요청했다. 그는 8일 페이스북에 2017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당원권 정지 1년6개월 중징계를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대표직을 사퇴하지 말고 6개월간 직무대행체제를 지켜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홍 의원은 10일에도 "앞으로 남은 정치 역정에서 지금 당하는 것은 약과라고 생각하고,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고 누명 벗기 위한 사법적 절차에만 집중하라"며 "(당원권 정지 6개월 후) 좀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라. 세월 참 많이 남았다"고 거듭 '아름다운 퇴진'을 당부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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