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동생 찾는데 "언니가 범인" 2차 가해..처벌 가능할까?

(좌)가양역에서 실종된 김가을씨(24)의 언니 A씨가 앞서 SNS에 올린 게시글. (우)A씨가 지난 5일 받은 SMS 메시지/사진=A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서 실종된 김가을씨(24)의 언니 A씨가 동생을 찾는 글을 올렸다 2차 가해의 대상이 됐다. 성인 실종의 경우 현행법상 관련 경찰 등 기관이 실종자 신상을 공개하지 못하기에 A씨처럼 실종자를 직접 찾는 가족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장난에 이제는 잠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이제 제 번호로 제보는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최근 받은 메시지 2건을 공개했다.

게시글에는 누군가 A씨에게 "저기남친있니", "없으면XX하자", "하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내역이 담겼다. 다른 게시글에는 '언니가 범인 아니냐'는 취지의 SNS 대화 내역이 담겼다.

A씨는 이어 "제 번호가 올라가 있는 글을 모두 지울 수는 없겠지만 이 글을 보신다면 비공(비공개) 및 삭제처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A씨 SNS에 올라온 김씨를 찾는 게시글 역시 현재 삭제된 상태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가양역에서 실종됐는데 이후 A씨는 자신의 SNS에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제보를 달라며 본인의 휴대폰 연락처를 올렸다.

법조계에선 A씨가 받은 메시지 특히, 음담패설이 담긴 내용은 법적 처벌 대상으로 본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전화, 우편, 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박도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수훈 대표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규정한 행위는 제3자가 보지 못하게 1대1로 전송해도 범죄로 인정된다"며 "특히 이번 사례의 경우 자신의 동생을 찾는 사람에게 보냈다는 면에서 죄질이 안 좋아 보인다"고 했다.

A씨가 직접 올린 전화번호가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면서 다른 범죄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허위신고를 하면서 금전을 요구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동생을 데리고 있다며 돈을 주면 풀어주겠다는 협박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성인이 실종되면 범죄와 연관성이 없는 한 강제수사를 할 수 없어 경찰 등 공권력이 실종자를 찾는 알림 역시 배포하기 어렵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가족이 실종자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포함한 '실종아동 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즉각 수색에 나설 수 있다. 경찰은 실종아동 등의 실종경위와 신상정보,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웹주소(URL) 등 정보를 포함해 지역주민에게 재난문자와 같은 방식으로 '실종 경보'를 전송할 수 있다.

반면 18세 이상 성인은 실종 신고가 접수돼도 범죄와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으면 '가출인'으로 등록되고 실종 경보 전송도 불가능하다. 범죄와의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는 한 성인 실종을 '자발적 가출'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실종자 가족의 피해를 막는 한편 실종자 수색을 위해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가족을 찾는 급박한 마음을 이용해서 또다른 아픔을 주고 있는 행위"라며 "실종아동법의 나이 제한을 없애는 방법 등으로 실종 경보 발령의 혜택을 실종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김씨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장소는 가양대교 남단 위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오후 11시쯤 김씨가 가양대교 남단에 서있는 모습을 지나가던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했다. 경찰이 김씨의 모습을 확인한 블랙박스는 총 2대로 각각 실종 당일 오후 10시56분쯤, 11시1분쯤이다. 같은 날 오후 11시9분쯤 해당 지점을 통과하는 버스 블랙박스에 김씨의 모습은 담기지 않았다.

김씨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서울 강서구 가양대교 남단의 6일 모습./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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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dk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