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 평행선' 원구성 협상 표류 ..입법부 없는 제헌절 맞나
원내수석간 접촉에도 입장차 극명..제헌절 전 극적 타결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정윤주 기자 = 여야 원구성 협상이 제자리걸음이다.
21대 후반기 국회를 한 달 넘게 아무 성과 없이 흘려보낸 여야는 지난 4일 가까스로 국회의장단 선출까지 마무리했으나 이후 협상은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 7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동했으나 아무런 성과 없이 헤어졌다. 여야 수석부대표는 10일에도 실무 협상 채널을 가동, 비공개 접촉을 이어갔으나 뚜렷한 진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양당 수석 간에 지금 접촉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구성과 맞물린 여러 쟁점에서 입장차가 워낙 뚜렷해 조속한 합의는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번 주 원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74주년 제헌절을 입법부 공백 상태에서 맞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핵심은 법사위 등 18개 상임위를 어떻게 배분하느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반기 국회 때 여야 합의와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 선출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법사위원장 확보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의 경우 국민의힘에 양보할 수 있지만, 사법개혁특위 구성 등 자당이 내건 조건이 충족됐을 때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온도 차가 있다.
결국 '검수완박' 후속 입법과 맞물린 사개특위 구성 문제가 원구성 협상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야 모두 각자의 '최종양보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는 태세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마지노선은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여야가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나, 민주당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여야가 목표하는 상임위가 상당 부분 중첩되는 상황이다.
운영위의 경우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는 만큼 집권여당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검찰 인사 편중, 친인척 고용 논란 등 대통령실 내부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자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이 쟁점으로 떠오른 국방위를 비롯해 행정안전위원회, 방송통신기술과학위원회 등을 놓고도 여야 간 줄다리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 징계 사태를 둘러싼 내홍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는 점도 원구성 협상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회 앞에는 당장 신임 경찰청장 등 인사청문회 실시는 물론이고 경제위기 대처와 안보상황 대응 필요성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 그동안 국회 공백으로 미뤄져 온 각종 민생법안 등의 처리도 시급한 상황이다.
여야는 그러나 여전히 '네탓 공방'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개특위 구성 요구가 원구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까지 원구성이 안 된 이유는 민주당이 원구성과 무관한 사개특위 참여를 조건으로 내걸고 이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의 내홍 문제 불똥이 국회로 튀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오늘 중으로라도 여야 원내대표 간 회담을 열어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 지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고 촉구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집권여당이 민생문제에 집중하지 못 하고 내부 권력 다툼에 집중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런 혼란 때문에 원구성 협상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며 "당 내부가 복잡하고 수습이 먼저인 것도 이해하지만, 그것 때문에 민생을 돌봐야할 국회 일정이 늦어지는 것은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당 대표 징계와 원 구성 협상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만큼, 민주당은 국민을 호도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받아치는 등 신경전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오는 17일 제헌절까지도 원구성 공백 사태가 해소되지 못할 경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여야 모두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탄생과 헌법 제정이라는 의미를 지닌 제헌절은 과거 여야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제헌절 전까지 원구성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나온다.
만일 이번 주 내로 여야 지도부 간에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제헌절을 맞이한다면 원구성 논의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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