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출마 임박한 이재명 '밭갈이' 열중..'1600만표 대선 후보' 팬덤정치 갇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밭갈이’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를 방문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규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식이다. 출마가 임박한 당대표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대선 후보를 지낸 이 의원이 열성 지지자 중심의 팬덤정치에 갇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10일 광주 서구 5·18기념공원을 방문해 ‘이재명과 위로걸음’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18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산에서 연 데 이어 두번째다. 이른바 ‘개딸’ 등 열성 지지자들과 현장에서 소통한다는 취지다.
이 의원은 “광주·전남 지역 여러분들이 대선에서 애를 썼는데 결과를 보고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는 말씀을 참으로 많이 전해 들었다”며 “앞으로는 더이상 울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안에 수박들을 깨부수자”라는 한 시민의 발언에 대해 “험한 표현은 하지 말라”며 “억압보단 설득으로 같이 갈 길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지역 기반인 광주에서 지지세를 과시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남국·박찬대 민주당 의원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 친이재명계 의원들도 참석했다. 발언에 나선 시민들 상당수는 “이 의원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SNS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민주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밭갈이’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일 지역구 주민 2명의 당원 가입을 이끌어냈다며 “밭갈이에 성공했어요”라고 썼다. 지난 9일 새벽 지지자들에게 “인터넷 입당해달라” “정치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뀌고, 정당이 바뀌어야 정치가 바뀌고, 당원이 바뀌어야 정당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당원 가입 실적을 올린 지지자들 글엔 “또금만(조금만) 더 해두때여(해주세요)” “참 잘해떠요(잘했어요)”라고 치켜세웠다.
이 의원 측은 이날 이러한 ‘밭갈이’ 행보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여러 당내 현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탈당을 주장하는데, 이 같은 네거티브 방식보다 당원으로 더 많이 가입해 주장을 관철하는 포지티브 방식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임을 알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지층 결집 움직임은 출마 선언이 임박한 당대표 선거 준비 사전작업으로 해석된다. 1주일 뒤인 오는 17일부터 8·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그간 이 의원은 출마 여부를 고심하는 모양새를 취해왔지만, 후보 등록 시점에 맞춰 출마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선 이 의원의 지지층 중심 행보를 놓고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역대 후보들 중 가장 많은 1615만표를 받은 이 의원이 외연 확장보단 열성 지지층 목소리에 갇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SNS에서 이 의원의 팬덤정치를 비판했다. 그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함께 가는 제 동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니까요”라는 이 의원 SNS 글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의원님이 저에 대한 메시지를 낸 것에 속상해하는 열성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 올린 내용”이라며 “의원님께서 저를 억압하면 안된다고 메시지를 낸지 몇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저 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참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님도 과거에 강성 팬덤인 ‘손가혁(손가락혁명군)’과 손절한 적이 있다고 알고 있다”며 “민주당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강성 팬덤이 아니라 민심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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