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법이 이런가” 굴착기 사고 초교 앞, 슬픔이 수북히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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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친구야, 그곳에선 안전하길 바라."
학교와 맞닿은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학부모 박아무개(30대 여성)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신호 위반 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도 하지 않았는데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도대체 무슨 법이 그런가. 법을 정비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ㄷ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를 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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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스쿨존]
“별이 된 친구야, 그곳에선 안전하길 바라.”
찜통더위가 이어진 10일 정오께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옆에 놓인 탁자에는 국화꽃과 국화꽃바구니, 편지, 각종 과자와 음료, 인형 등이 수북하다. 추모 메시지도 곳곳에 붙어 있다. ‘언니, 많이 아팠지? 하늘나라에선 아프지 말고 행복해.’
지난 7일 이곳에서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굴착기(포클레인)에 치여 숨진 이 학교 5학년 ㄱ(11)양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에는 휴일인데도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최창훈(43)씨는 과자 한 봉지를 올린 뒤 묵념을 했다. “어른 잘못으로 아직 꽃피지 못한 어린 생명이 희생됐어요.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엔 ㄱ양이 생전 친구들과 뛰놀던 학교 운동장을 운구차가 돌며 작별을 고했다. 이 학교 교사들이 ㄱ양의 마지막 하교를 눈물로 배웅했다고 한다. 이날 자정께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에 추모 공간에 그늘막을 설치하던 이 학교 교사 ㄴ씨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에 어떻게 슬픔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분간 희생 학생 추모 공간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학교와 맞닿은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학부모 박아무개(30대 여성)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신호 위반 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도 하지 않았는데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도대체 무슨 법이 그런가. 법을 정비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굴착기의 경우 민식이법이 규정하는 자동차나 건설기계 11종(덤프트럭 등)에 포함되지 않아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ㄷ(50)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께 이 초등학교 앞에서 굴착기를 운행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ㄱ양과 ㄹ(11)군을 치고 달아났다. 그는 사고 지역에서 3㎞가량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고로 ㄱ양이 숨지고, ㄹ군은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사고 당시 ㄷ씨는 직진 신호가 적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주행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ㄷ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를 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ㄷ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구속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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