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골프장 지하 밀폐공간서 작업중 쓰러진 근로자 끝내 숨져

이상휼 기자,양희문 기자 2022. 7. 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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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경찰·고용부·산업안전공단 "안전조치 미흡했다"
경기 양주시 만송동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내부 밀폐공간서 작업하던 중 쓰러져 2주 동안 사경을 헤맨 끝에 10일 숨진 김모씨(53)의 휴대전화 속에 찍힌 골프장 내 연못의 모습. (김씨 가족 제공) © 뉴스1 이상휼 기자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양희문 기자 = 골프장 내부 맨홀 안으로 내려가 작업하던 중 쓰러져 2주간 사경을 헤맨 50대 근로자가 10일 오전 끝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모씨(53)는 지난달 26일 오전 9시31분께 경기 양주시 만송동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내부 맨홀 안으로 들어가 작업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고 당시 동료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의식을 잃은 즉시 구조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가 119구급대가 심정지 상태로 끌어올려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장에 근무했던 동료들이 맨홀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119구급대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근무 당시 안전장비를 제대로 못 갖췄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겪은 사고처럼 환기가 불충분한 밀폐공간(맨홀)으로 들어갈 경우 산소결핍 또는 일산화탄소·질소 등을 들이마실 위험이 크지만 현장에서는 공기호흡기·송기마스크·방독면·구조용삼각대 등 안전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맨홀 내부는 전문처리업체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간 적 없는 곳으로, 입사한지 한두 달에 불과한 김씨를 무작정 들여보낸 것은 안전관리책임에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2주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이날 오전 11시37분께 사망했다.

김씨는 레이크우드CC 측의 필요에 따라 골프장 코스 내 연못에 공급되는 지하수 유량계에 찍힌 사용량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레이크우드CC 측은 코스 내 해저드(연못·웅덩이 등)에 공급되는 지하수 사용량을 1개월에 1회씩 검침하는데, 지하 5m가량 깊이 맨홀 하부에 유량계가 위치해 있다.

사람이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플래시를 비추고 카메라 화질을 확대해 유량계 사용량을 확인하는 등의 검침방법을 써왔으며 근래에 사람이 직접 들어간 적은 없었다고 한다. 사고 당일 김씨와 동료들은 오전 8시31분께 평소 하던 방식으로 지상에서 촬영 장비를 이용해 유량계를 촬영했으나 흐려서 사용량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후 약 50분 뒤 김씨는 혼자 오전 9시21분께 50㎝X50㎝ 크기 맨홀 내부로 들어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유량계를 촬영, 이번에는 선명한 사용량(6만2845㎥)을 확인했다. 맨홀 지하에서 김씨는 레이크우드CC 측에서 원하던 지하수 사용량 수치 확인이라는 임무를 완수했지만, 그 순간 맨홀 내에서 의식을 잃었다.

지난달 26일 경기 양주시 만송동 레이크우드CC 내부 맨홀 안에서 근로자 김모씨(53)가 의식을 잃기 직전 촬영한 사진 2장이 그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었다. 왼쪽 흐린 사진은 오전 8시31분께 맨홀 위에서 확대해 찍은 지하수 사용량. 오른쪽은 선명한 지하수 사용량이 찍혀 있다. 선명한 사진을 맨홀 내부에서 찍은 직후 김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두 사진의 촬영시간 간격은 50분으로, 충분히 안전장비 등을 착용하거나 산소수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김씨 가족 제공) © 뉴스1 이상휼 기자

유족은 이 사고에 대해 '골프장 측과 시설관리업체의 안전관리소홀과 무리한 업무강행으로 변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골프장과 시설관리업체의 필요에 의해 고작 사진 한 장 찍자고 다른 직원들은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다는 맨홀 내부로 안전장비 없이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빠(김씨)는 평소 지병이 없었는데 이번 사고 이후 병원에서 마주친 낯선 이들이 우회적으로 '아버지가 평소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고 집요하게 묻기도 하고, '아빠가 평소에 책임감이 강해서 혼자 일을 도맡아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하며 아빠에게 일부 사고의 원인이 있다는 뜻이 담긴 말들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레이크우드CC 측은 "김씨가 자발적으로 '내려갔다가 올게'라고 동료 A씨에게 말했다고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지상에서 사용량을 확인하기 때문에 별도로 방독면 등 안전장비를 구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 산업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 측은 안전장비 미흡, 안전수칙 미준수, 산소농도 위험수치' 등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산소 측정 및 송기마스크 착용을 안 하는 등 기본적 안전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한 안전장비들이 있었다면 이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맨홀 산소농도 측정 결과 6~20%가량으로 나왔다. 6%가량이었다면 한 순간에 기절하고, 몇 분 이내 사망이 가능한 산소농도다. 유독가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안전장비 미착용 여부 등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관계자는 "산소농도가 18% 미만으로 떨어지면 생명에 위험하다. 맨홀 지하 1m 지점부터 산소농도 18%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원청과 하청을 모두 조사 중이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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