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이번주 사상 첫 '빅 스텝' 밟을까

조계완 2022. 7.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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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미 고용지표 호조로 연준 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
베이비스텝땐 한-미 정책금리 역전과 환율상승 문제
13일 결정..가계·자영업대출 부담·경기 우려가 관건
지난 5월 2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사상 초유의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6%에 이른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4%에 육박한 기대인플레이션율에다, 지난 8일 나온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말에 또한번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요즘의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 역시 금통위가 0.25%포인트 인상만으로는 물가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금융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 한은이 역대 최초로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는 13일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또 오르면 4월 및 5월에 이어 사상 첫 ‘3회 연속 인상’ 기록이 된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으로 1년 동안 물가 상승률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은 6월 3.9%로, 2012년 4월(3.9%) 이후 가장 높다. 5월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해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6%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오를 수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율까지 빠르게 높아지기 때문에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한은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도 빅 스텝으로 강한 물가 안정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영무 엘지(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한은이 이미 미 연준과 마찬가지로 경기 둔화보다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위험하다고 보고 빅 스텝을 결정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기금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임박한 점도 빅스텝 전망의 근거로 거론된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금통위가 13일 0.25%포인트만 올리고 미국 연준이 빅 스텝만 밟아도 0.00∼0.25%포인트의 역전을 피할 수 없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미국 기준금리는 우리보다 0.25∼0.50%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통화정책결정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통위원들에게 1주일간 공개 발언을 금지하는 ‘블랙아웃(침묵)’ 기간에 전해진 미국의 6월 고용지표도 빅스텝 전망을 한층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발표된 미국 6월 비농업부문 총취업자는 전월대비 37만2천명 증가해 예상(26만5천명)을 웃돌았다. 고강도 통화긴축에도 경제 희생(성장 둔화 및 고용 악화)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연준이 오는 27일(현지시각)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거라는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실시간 산출하는 미국 경제성장률 지표(GDP Now)를 보면, 미국의 올해 2분기 성장률 예측치는 지난 1일 연율 -2.08%에서 고용지표가 발표된 직후인 8일 연 -1.24%로 큰 폭 상승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이날 시엔비시(CNBC)에 출연해 “최근 일부 경제지표에 성장 둔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가벼운 수준에 그친다. 이달에 0.75%포인트를 인상해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이언트 스텝을 완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크다. 한은도 일단 0.50%포인트를 먼저 올려놓고 향후 지표를 보고 속도를 조정하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도 “한은으로서는 0.25%포인트만 올렸을 때 한-미 정책금리 역전 시점이 앞당겨지고, 역전 폭도 커지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에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이미 반영된 것 같은데, 실제 인상 폭이 0.25%포인트에 그치면 환율은 더 올라가고 수입 물가가 높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0.25%포인트만 올리면 외환시장에서 내외 금리차를 이용하는 세력이나 기대인플레이션에 충분한 시그널(신호)을 줄 수 없을 것”이라며 빅 스텝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금통위가 물가와 환율 관리에만 초점을 맞춰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경우, 가계부채(1분기말 1859조)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3%에 달한 상황에서 가계·자영업자·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실물 경기가 빠르게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과 기관이 빅스텝은 쉽지 않을 거라고 관측하는 이유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빅 스텝 확률을 절반 이하인 40% 정도로 분석했다. 그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워줄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 위축,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 7월과 8월에 6월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발표될 가능성이 큰데, 그럼 그때마다 빅 스텝에 나설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기 침체 우려가 심각하고, 수출 경기도 좋지 않기 때문에 한은 입장에서 빅 스텝 이후 경기가 침체하면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에 대한 부담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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