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30%대 추락..지나치게 '빠른' 행보가 독 됐나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2달째를 맞았다. 통상 이 시기는 신임 대통령의 인기가 가장 높을 때이지만, 윤 대통령은 국정 수행 지지율 40%선이 무너지는 전무후무한 상황을 맞고 있다.
처음 정치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당선된 이후, 취임 후까지 모든 것이 '파격'이었던 윤 대통령이다. 그는 최초의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0선' 정치인으로 정치선언 후 1년이 안된 시점에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대통령은 70여년만에 청와대를 나와 용산시대를 열었고 그 때문에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됐고, 그 과정에서 매일 아침 기자들과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하며 기록을 세우고 있다. 또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을 치러냈으면서 가장 빨리 다자외교 실전 무대(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데뷔한 대통령 등 전무후무의 기록들을 연일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같은 파격이 모두 득이 된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빠른' 행보는 한 일은 많은데 제대로 된 성과를 낸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불도저 같은 스타일은 인사참사를 낳았으며, 소통을 강조하며 단행한 도어스테핑 자체는 좋은 인식을 심어줬으나 그 과정에서 나온 말실수는 마이너스가 됐다. 여기에 정권 초반부터 터져나온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그대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좋은 평가를 받은 3가지 요인을 꼽아보면 ▲도어스테핑이라고 불리는 출근길 약식회견을 필두로 한 활발한 대중소통 ▲지난 정권 약화됐던 한미관계와 동맹 기조 강화 ▲적극적인 기업육성 의지를 통한 민간 위주 정책으로 요약된다.
특히 도어스테핑은 시작부터 파격이었다. 10일까지 윤 대통령은 24번의 도어스테핑을 했다. 고도로 계산된 답변을 하는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윤 대통령은 사전 질문 조율 없이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예상되는 질문도 있었지만, 때론 예상 밖의 질문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대체로 한정된 시간에 대체로 적지 않은 숫자의 질문을 받았고, 답변했다. 그 답변은 때론 거칠었고, 때론 정제되지 않은 제스추어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기존에 보지 못한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아래로 추락한 것은 그만큼 반대로 과오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인사 문제다. 초기부터 대통령실 내 참모진 가운데 검찰 출신이 너무 많다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윤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전 정권을 향해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냐"고 한 것은 그야말로 악재가 됐다. 도어스텝 등으로 쌓아온 '소통' 이미지가 '불통'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순간이 됐다. 이후 음주운전 등 문제로 지적받은 박순애 교육부장관 임명을 강행하며 임명장을 수여할 때도 "임명이 늦어져서 뭐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했다"고 말해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렸다. 당선인 시절 각종 문제가 불거져 전국민 지탄을 받았던 정호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문제를 계속 쥐고 있으면서 장기간 끌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윤 대통령은 '의리'가 강한 사람으로 알려져있고, 한번 믿은 인사들에 대해선 어지간해선 믿음을 거두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검사 때나 후보 때까지만 해도 장점이었지만,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된 현재는 고스란히 단점이 됐다. 이는 국민정서와 야당을 무시하고 '내 사람' 챙기기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 결과가 나왔고,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이다.
문제는 김 여사의 이같은 행보에 윤 대통령도, 참모들도 전혀 제동을 걸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대통령이 처음 해보는 거라""좀 방법을 알려달라"는 식으로 말하며 거리를 뒀다. 대통령실이 아닌 팬클럽을 통한 사진 노출에 대해서도 대변인실 등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상황이다. 특히 이번 나토정상회의 관련 논란까지 더해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했지만, 김 여사는 이번주와 다음주 연속 공식 일정을 잡은 상황이다.
공과 과가 2달만에도 벌써 뚜렷하게 나뉘는 윤 대통령의 돌파구는 결국 경제와 민생 뿐이다. 현재 경제 위기 자체가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롯된 원자재 가격 인상과 공급망 문제 발생 등으로 인한 것이지만 이 역시 어쨌든 최고 통수권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기존의 '공정과 상식' 등과 같은 '가치적 측면'의 것보다는 경제를 강조해왔고, 특히 가파른 물가상승에 대해 관세 인하, 유류세 인하 등 조치를 단행했지만, 서민들에겐 잘 와닿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에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간 윤 대통령이 많은 기업인들과 만나고, 민간인들과 만났는데, 앞으로는 사람도 사람이지만 '현장' 중심으로 일정을 잡으려 한다"면서 "에어컨 바람 쐬며 하는 회의보다는 서민들이 고통받는 현장에 직접 가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다음주부턴 현장 회의로 바꿔서 주재하기로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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