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학자 "아베, 위안부 문제에서 뒷걸음질쳐"..'역사수정주의' 폐해 비판 눈길
"속죄 제스처 취했지만 다른 방향..2015년 아베 담화는 한국의 뺨 때린 것"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역사수정주의는 동아시아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선 고노담화 등 전임 총리들이 해온 것마저 무너뜨렸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9일(현지시간)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피격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역사적 유산’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특히 2012년 재집권한 아베 전 총리가 “(위안부 문제, 난징 대학살 등) 2차 세계대전 기간 일본의 만행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한국 등 아태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밝혔다.
한국현대사와 일본현대사를 전공한 더든 교수는 아베 전 총리의 역사수정주의 행보를 맹렬히 비판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업적을 묻는 질문에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이 선호한 표현인 ‘능동적인’ 외교를 통해 더 공세적인 일본을 만들고자 했다”면서도 “그가 일본 제국주의 유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책임에 대해 보인 극단주의적 강경론 때문에 일본과 아시아의 이웃 국가들 사이에 깊은 균열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더든 교수는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아베 전 총리가 역사적 흐름을 거스른 사례로 꼽았다. 그는 “(아베 2기는) 전임 정부가 고노 담화(1993년 위안부 문제에 일본군 관여 공식 인정한 담화)를 계승한 것과 달리,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책임이 있다거나 일본국이 위안부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는 속죄(atonement)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실제로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며 “일본 정부가 역사적 사실 자체를 인정하길 거부했던 1970~80년대로 일본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아베 전 총리의 개인적인 비전은 동아시아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일으켰고, 앞으로도 그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과의 외교노선은 물론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분열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든 교수는 아베 전 총리가 2015년 8월14일 ‘패전 70년 담화’에서 ‘러일전쟁이 식민 지배 하에 있던 아시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말한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러일전쟁 이후) 한국은 일본에 의해 식민화되었다. 이 때문에 이 연설은 직접적으로 한국의 뺨을 때린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베 전 총리가 난징대학살 조작설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홀로코스트 부정론과 닮아있다”고 비판했다.
더든 교수의 인터뷰는 대부분 영미권 언론들이 일본 최장수 총리로서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업적에 주목하는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끈다. 뉴요커는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전 총리는 국제 무대에서 일본의 위상 강화를 추구했지만, (주변국에 대한) 속죄와 역사적 책임은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에 대해 20세기 초반 일본 군국주의의 잔혹성을 겪은 한국과 중국의 반응은 좀더 복합적이었다고 전했다. WP는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관점을 주류로 만든 인물이라면서 “아태 지역에서 살아남은 희생자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의 유산에 관해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것”이라는 한국 대북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의 평가를 전했다. WP는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전 총리의 태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예로 들며 아베 전 총리와 한국의 관계는 중·일관계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다면서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이 한국인을 강제 노동에 동원한 정도를 경시하고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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