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심판대 선 사형제, 7대2→5대4 '합헌'..이번엔?

김희진 기자 2022. 7. 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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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가 사상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다. 1996년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2010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난 후 12년 만이다. 헌재 심판 횟수가 반복될수록 ‘위헌’ 의견이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 다수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터라 이번에는 위헌 결정이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는 오는 14일 사형제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변론을 연다. 이번 사건은 ‘부천 부모 살해 사건’ 주범으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윤모씨가 검찰의 사형 구형에 반발해 2019년 2월 헌법소원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윤씨 측은 사형제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데다 다른 형별과 비교해 범죄 억제 효과도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쟁점은 사형제가 헌법 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되는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1996년과 2010년 ‘합헌’ 결정을 내린 다수 재판관은 사형제가 생명권을 제한하지만 공익적 목적을 위해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 있다. /김영민 기자

■“사형제는 필요악, 존치 여부 논의는 계속돼야”

1996년 첫 사형제 위헌심판에선 7명의 재판관이 합헌 취지의 다수의견을 냈다. 다수의견은 사형을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으로 규정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는 어떤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불가피하게 선택된 사형제는 사회악을 영구히 제거하는 기능을 해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수의견은 사형제 존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바람직한지 계속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다수의견은 “사형은 제도살인의 속성을 벗어날 수 없다”며 “시대상황이 바뀌어 생명을 빼앗는 사형이 가진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게 된다거나, 국민의 법감정이 그렇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은 곧바로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그 결정이 나온 후 1997년 12월30일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불가피한 형벌…제도 개선은 필요”

2010년 헌재도 사형을 일반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불가피한 선택의 산물”로 보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은 1996년보다 2명 적은 5명에 그쳤다. 이들은 극악한 범죄자처럼 예외적 경우에는 생명권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고, ‘궁극의 형벌’인 사형은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봤다. 피해자의 슬픔과 고통, 일반국민이 느낄 불안과 공포, 응보에 따른 정의실현을 바라는 국민 법감정도 고려했다.

다만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 5명 중 2명(민형기·송두환)은 사형제도 개선이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사형제 자체는 합헌이지만 오남용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해 사형 대상 범죄를 줄이거나 형벌 조항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상황 변화에 따라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사형제를 폐지하되 가석방이나 사면 가능성을 제한한 ‘절대적 종신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생명권이 절대적 기본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형제의 범죄 예방효과가 명백하게 실증된 적이 없다고도 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가운데)가 2019년 2월 12일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단과 함께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사형제도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주교회의 제공

■헌재, 세번째 판단은 달라질까

이번 위헌심판에선 사형제의 범죄 예방효과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달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참고인으로 선정해 사형제와 일반적인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사형제의 범죄 억제력은 존치·폐지론 양측 간에 뚜렷한 근거없이 맞서는 쟁점이었는데, 법경제학 측면에서 범죄예방 효과와 사회경제적 비용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

법무부는 사형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장관이 헌재에 보낸 변론요지서 등을 보면, 법무부는 사형제 존속 여부가 선진국이나 인권국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을 들어 사형제를 존치한다고 해서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인 국가로 볼 수 없는 단적인 예라고 했다. 법무부는 ‘사형제 유지’ 응답이 77.3%에 달한 2021년 국내 여론조사 결과를 사형제 존치 근거로 내세우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사형제의 위헌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데다, 재판관 다수는 사형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2018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전제로 할 때 사형제는 폐지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도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히거나 사형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헌재는 “사형제는 매우 중요한 논제이며 학계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면서 “이번 변론을 사형제에 관한 헌법적 논의의 장으로 삼아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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